(41)직장인 처세술: 롱런하는 직장인의 비결
by류성 기자
2020.06.20 09:50:53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41)직장인 처세술: 롱런하는 직장인의 비결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직장인의 처세술. 과연 현답은 무엇일까?
통상 직장인의 처세술을 ‘상사에게 아부를 잘해 성공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처세술은 ‘상사, 동료와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정의하는 기술’이다. 국어사전에도 ‘처세술’의 의미는 ‘사람들과 사귀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수단’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인정받고 ‘롱런’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직장인 처세의 기본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직장에서 처세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2019년에 직장인 67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처세술’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94.4%가 직장생활에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처세술이 필요한 이유로는 ‘동료 및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80.5%, 복수 응답)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서 ‘업무 능력만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어서’(39.8%), ‘능력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33.2%), ‘승진 등 성과 보상이 유리해서’(30%), ‘이직 시 평판관리를 위해서’(14.7%) 등을 들었다.
처세술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50%(22.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30%’(17%), ‘70%’(15%), ‘60%’(14.5%), ‘80%’(12.2%) 등의 순으로 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세술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인이 2017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때도 90.4%가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그보다 훨씬 전인 2011년에도 같은 설문조사를 했는데 무려 97.8%가 처세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직장에서는 처세술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업무 능력 이상으로 인정받기 위한’ 처세술의 핵심은 ‘동료 및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에서 인정받고 롱런하려면 처세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앞서가려면 처세술에 능해야 한다. 그렇다면 처세술에 능하고 롱런하는 직장인의 비결은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정리해서 살펴보겠다.
1. 건설적인 관계를 맺고, 긍정적 스트로크를 교환한다
직장에서 대인관계를 잘하려면 상호 ‘건설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영역인 ‘OK 랜드’에 들어가면 상사 및 동료와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며, 직장 생활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OK 랜드’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스트로크(stroke)’를 주고받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스트로크’란 인간관계에서 쌍방 간에 자극을 주고 반응을 하는 데 사용하는 일체의 수단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의 대화란 결국 ‘스트로크의 교환’이며, 인간관계를 개선하려면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방법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 [출처]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이재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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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이 상사 및 동료에게 주는 스트로크 습관을 점검해보자. 예를 들어 대화할 때 경청·칭찬·맞장구나 추임새를 잘한다거나 고마움을 잘 표현한다거나, 반대로 쑥스러워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등의 습관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스트로크를 받는 습관은 어떤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색해하거나 쑥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또 스트로크를 받았을 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거나 성의 없는 말투로 응대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 칭찬을 받거나 꾸중을 들으면 얼굴에 바로 감정이 나타나는 사람, 심지어 칭찬을 받으면 ‘혹시 무슨 의도가 있거나 뭐 부탁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 스트로크를 원한다. 직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긍정적 스트로크를 받지 못하면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대놓고 자는 맹구라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친구들이 “선생님, 맹구 자는데요!”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그냥 놔둬라. 어차피 깨우면 장난이나 치고 떠들 녀석이니까”라고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맹구는 차라리 선생님이 깨워서 혼내더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었다. 긍정적 스트로크를 받지 못하면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그냥 네가 꼴도 보기 싫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이유로 네가 싫어진 거야”라고 타당한 이유를 말해보자.
또 같은 말이라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키우자.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경우, 아나운서가 “동메달에 그쳤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 아나운서는 선수의 피땀 어린 노력과 눈물을 모르는 걸까? 컵에 물이 반 정도 남았을 때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것과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직장생활에서 긍정적 스트로크를 아끼지 말자.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스카운트(discount: 상대방을 가장 싼 값으로 깎아내린다는 의미)’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말투, 예를 들면 ‘넌 안 되겠다’,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왜 그것밖에 못하니?’ 등의 말이다. 직장에서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은 절대 상대방을 ‘디스카운트’하지 않는다. 그리고 ‘OK 랜드’에 들어가서 긍정적 스트로크를 교환하며 상호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다.
2. 워라밸이 아닌 워라인을 습관화한다
직장에서 롱런하는 사람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대신에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통합)’을 습관화한다.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회사에서 보낸다. 따라서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는 현재의 일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찾는 것, 즉 워라인이 가장 현명한 인생 전략인 것이다. 워라인을 하게 되면 자신도 성장하고 회사의 성장에도 일조하는 윈윈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 쌓은 역량을 제2의 인생 설계와도 연결할 수 있다. 특히 ‘4말末5초初 시대(40대 말, 50대 초면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 직장인의 인생 후반 계획 역시 워라인에 답이 있다. 회사나 상사 입장에서도 워라밸보다는 워라인 관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훨씬 예뻐 보이지 않을까?
최근 미국에서도 워라밸 대신에 워라인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일과 삶을 구분하는 것보다 융합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워라인을 인재관리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채용 과정에 접목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워라인을 실천해보자.
3. 나이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현역으로 롱런한 사람들은 나이로 권위를 세우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는다. 나이로 대접받으려 하거나 귀찮은 일을 후배들에게 떠넘기기 시작하면 ‘꼰대’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꼰대라고 소문나면 조직에서 롱런하기는 글렀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롱런한 사람들은 조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후배 연기자들에게 존경받는 배우 이순재 씨는 나이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주어진 배역과 작품에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방송에서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고 하면 늙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로 권위를 세우지 않고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조직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실력이다. 워라인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실력이다. 다른 말로는 ‘전문성’이라고 하며, 나는 이를 ‘발가벗은 힘(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진짜 역량)’이라고 부른다. 100세 시대에 ‘발가벗은 힘’이 있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고 롱런할 수 있다.
롱런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워라인도 잘해야 하고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인관계를 건설적으로 잘 맺어야 한다. 인간관계에는 만남의 관계와 스침의 관계, 두 가지 있다. 만남의 관계는 마음·감정·정서를 주고받는 관계이고, 스침의 관계는 가면과 가면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내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직장 상사나 동료와 얼마나 상담하고 싶은지에 대해 물으면 거의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침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직장은 ‘일터’는 될지언정 절대 ‘삶터’는 될 수 없다. 처세술에 능한 직장인은 ‘만남의 관계’를 맺고, 직장을 삶터로 승화시킨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까지 익힌 처세술을 바탕으로 상사 및 동료와 건설적 관계, 만남의 관계를 맺고, 승승장구하며 롱런하는 직장인이 되길 바란다.
※ 본 칼럼은 HMM(구 현대상선) 사보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