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와 사회적 연대

by김관용 기자
2020.03.26 05:00:00

모종화 병무청장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들어섰음을 공식 인정한 것으로 1968년의 홍콩독감과 2009년 1만 8500명이 사망한 신종 인플루엔자(H1N1) 이후 11년만으로 이번이 세 번째라고 한다. 다소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긴 했지만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은 여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서점가에서는 알베르 까뮈의 대표작인 ‘페스트’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페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절망, 회피, 무력감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소설은 운명에 잠식당하기를 거부하고 페스트와 싸운 의사 리외와 그의 동지들의 사투로 시민들이 페스트로부터 해방을 맞는다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소설이 안겨주는 진정한 감동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연대(連帶)의 모습이다.

그 시절에 버금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 분야를 넘어 경제와 교육 등 사회 전반으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변수가 많아 이후의 정확한 상황예측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있다. 우리에게는 위기 극복의 유전자(DNA)가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치는 우리 국민 한명 한명이 위기극복의 자산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곳곳에서 훈훈한 미담이 들려온다. 코로나 사태의 확산으로 시장경제가 위축되자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 운동이 생겨났다. 의료진이 모자란다는 소식에 며칠 만에 전국에서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 의료진이 대구에 모여드는 기적이 일어났다.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기초생활수급자까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코로나19 대응 인력을 응원하는 등 지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 병무청도 예외는 아니다. 병역판정검사 전담의사를 서울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적극 지원하고, 사회복무요원 교육의 요람인 사회복무연수센터를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였다. 또한 직장 내에서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1테이블 1플라워 운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뿌듯하고 흐뭇한 것은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의 활약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누구라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내가 아닌 우리가 먼저였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1인 약국의 공적 마스크 배부업무를 지원한 이들의 용기가 기특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 배포되고 있는 코로나19 애플리케이션(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역맞춤 앱을 개발해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준 요원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들이 식사도 제때 못하고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모았던 용돈으로 간식을 통 크게 기부한 사회복무요원도 있다. 이들의 이러한 작은 동참이 코로나19를 이기고 면역력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들의 묵묵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현역병과 비교하는 등 편견을 갖고 있어 안타깝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는 젊은 시절 정원사였다. 하지만 그를 고용한 영주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정원사였던 미켈란젤로를 위대한 예술가로 탈바꿈시켰다. 날이 저무는지도 모르게 묵묵히 본인의 업무에 열중하던 미켈란젤로가 오늘의 사회복무요원의 모습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 이웃을 위해 수고로움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더욱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