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3대 쟁점은?..요금, 기기값, 상생
by김현아 기자
2018.10.21 11:05:19
①통신요금 25% 요금할인은 유지…재약정 혜택 늘어날 듯
②단말기 가격, ‘정부 유통 활성화 정책’ 있어야 내려간다
③대리점보다 판매점 피해 클 듯 …모바일 교육, 자금지원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통신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판매를 분리해 각각의 경쟁을 전면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가계통신비를 낮추자는 취지의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홍근·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된 가운데,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국감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기본적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 실무자들의 입장을 정리시키겠다”고 밝힌 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를 중심으로 유통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판매점들의 이틀 동안(17~18일) SK텔레콤 영업거부로 SK텔레콤 가입자가 443명 순감하기도 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나온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에도 △단말기 판매 가격이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출고가 100만원이 넘는 고가 단말기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유통인들은 △완자제의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고 단말기 가격은 잡기 어려우며 △골목 상권을 대기업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시 ①통신요금에 미치는 영향 ②단말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 ③유통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완전자급제가 되면 소비자는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통신서비스에 가입하고, 단말기는 다른 판매점에서 사야 한다. ‘의약분업’처럼 된다. 이때도 통신사 유통점에서 25%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을까. 25% 요금할인의 정확한 이름은 선택약정할인(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으로 단통법상 지원금대신 받을 수 있는데, 완자제가 되면 단통법이 폐지되니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감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를 유지한다고 했다”고 언급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완전자급제를 실시해도 통신사들이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면 완전자급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이통사들은 완자제법이 통과하고 단통법이 폐지돼도 25% 요금할인 제도를 어떤 식으로라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해외구매 단말기나 중고 단말기, 통신사 채널 외 제조사를 통한 무약정 단말기에 대해서도 1년 혹은 2년을 약정하면 25%를 할인해주는 취지와 같다.
반면, 통신사 유통점에서 통신상품만 취급하면 그간 ‘찬밥’이었던 재약정 고객들에 대한 혜택은 늘어날 전망이다. 마치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처럼, 고객 유치를 위해 현금상품권까지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비자로선 손해볼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단말기 판매 시장은 이통3사의 대리점·판매점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완자제가 되면 아마존·월마트·베스트바이에서 단말기 판매가 활성화된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유통 채널이 마련된다.
기존 이통사 대리점도 ‘정육식당’처럼 파티션을 분리해 한쪽에선 통신 가입을, 한쪽에선 단말기 판매를 할 수 있다. 통신사로부터는 고객유치·관리 수수료를, 제조사로부터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받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은 내려갈까.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가능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도 삼성전자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단말기외에 중저가 라인업도 있고, 수십년간 유통시장의 큰 손으로 활동해 온(장려금을 뿌려온) 이통사들이 빠지면 이를 대체할 곳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과 단말기의 수직계열화된 구조를 깨면 처음에는 혼란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통 내부의 경쟁력이 되살아나 소비자는 통신사로부터는 약정 요금할인을 받고, 단말기 제조사나 유통점에서는 장려금을 받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완자제의 성패는 정부의 세심한 ‘단말기 유통경쟁 활성화’ 정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자동차 시장개방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글로벌 단말기들이 쉽게 들어와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AS 가격 인하를 위해 공정수리제도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단말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VoLTE 의무화 해제 △중소기업 대상 전파인증 비용 지원 혹은 감면 △TTA 인증 등 중복적인 인증 제거 △단말 AS 비용 절감을 위한 ‘공정수리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VoLTE 의무화는 3G가 없는 LG유플러스를 고려해 도입된 것(번호이동의 편의성)”이라고 밝혔지만, 위피에 이어 VoLTE 망연동 테스트가 저렴한 해외 단말기의 국내 시장 진입을 막아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박선오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의회 회장이 16일 창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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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범한 SK텔레콤 전국대리점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완전자급제 도입 시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매장을 여럿 가진 대형 대리점이 아니라 중소 판매점이다.
대리점들도 통신사로부터 장려금을 못 받게 되니 수입이 줄 수 있지만, 국내 영업에 신경 써야 하는 제조사나 통신사를 대체할 대형 유통 큰 손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유통점(대리점·판매점) 숫자는 2만303곳으로 7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완자제로 매장이 줄어들면 2만 곳에서 일하고 있는 7만 종사자의 일자리 말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완자제 도입 시 중소 판매점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폐업후 업종전환을 할 수 있는 자금 지원과 유통의 모바일화에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한 유통인은 “모 통신사의 경우 적자가 나지만 폐업 규정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매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모여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코리아 IT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리아 IT펀드는 이통3사가 3000억 원을 출자해 마련한 정보통신기술(ICT) 중소기업 양성 기금이다. 중소 유통인들이 스스로 IT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