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종이통장 사라지면 거래내역 어떻게 확인할까

by정다슬 기자
2015.08.08 13:42:09

[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하는 금융상식]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17년 9월부터 종이통장이 원칙적으로 발행금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분들이 많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장 제 메일로 질문 하나가 도착했는데요. ‘종이통장이 사라지면 매번 은행에 가서 거래내역과 잔액을 확인해야 하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은 “물론 모바일 뱅킹을 쓰지만 10년 전 거래내역을 분석하거나 가계부를 쓸 때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종이통장을 찾게 된다”고 덧붙이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시면, 만약 종이통장이 없어지면 이전처럼 오프라인을 통해 통장 거래내역을 볼 방법은 본인이 직접 출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하면 계좌조회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계좌와 엑셀파일로 다운로드하거나 인쇄할 수 있죠? 앞으로 이런 방식이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앞으로는 신용카드 사용고지서와 같은 매월 거래내역이 이메일로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이미 종이통장이 없어진 지 오래인 영미권 국가에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미국, 영국은 1990년대부터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는데요, 그렇다고 오프라인 방식으로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처럼 책자 방식의 통장이 없을 뿐 매월 우편 등을 통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계좌에 어떤 거래내역이 있는지를 보내줍니다. 금융소비자가 직접 은행이나 자동입출금 기기(ATM)에서 통장을 정리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품이 많이 드는 방식인데요, 이렇다 보니 영미권 국가도 이메일로 거래명세서를 받으면 금리 우대 혜택, 수수료 면제 등을 주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거래명세서 발급을 줄이는 추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메일 거래명세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편으로 일일이 매월 거래내역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종이통장을 없앤다는 취지에 맞지 않죠.



종이통장이 없어지면 어떻게 내가 이 계좌의 원소유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종이통장을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가끔 부모님이 저 대신 은행에 금융거래를 하러 갈 때 등 어떤 것으로도 통장을 대체 불가능할 때가 있습니다. 종이통장이 일종의 ‘예금증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계좌번호·예금자명·은행직인이 찍힌 한 장짜리 확인서를 발급받거나 전자통장을 발급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자통장은 체크카드의 집적회로(IC) 칩에 통장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중국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분에게 여쭤보니 중국에서 계좌를 만들면 통장 대신 카드 한 장과 인터넷뱅킹용 보안카드, USB인증서를 주고 거래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는 점은 없다고 합니다. 이미 생활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나라 역시 통장정보를 담은 별도의 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계좌번호는 카드 번호입니다.

혹시 해킹 등으로 은행 전산서버가 날아가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할 사태를 불안해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분들의 걱정을 만약 기우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최근 농협통장에서 돈 2000만원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일이 있었죠. 또 2009년 ‘7·7 DDoS 사건’, 2011년 ‘농협 전산장애 사건’, 그리고 2013년 방송사와 은행 전산망 마비 사태 등 이어진 사고도 있었죠. 은행도 보안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발전하는 보안 수준보다 더 빨리 해킹 수준이 발전하기 때문에 항상 안심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하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은행은 정기적으로 거래내역을 별도의 서버에 백업해놓기 때문입니다. 이 백업시스템은 서버뿐만 아니라 아예 별도의 공간에 분리돼 있어서 인터넷을 통한 해킹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종이통장이 사라진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왔습니다. 종이통장은 1897년 우리나라의 최초 상업은행인 한성은행부터 꾸준히 사용해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통장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은 이제 와서 그 금융습관을 바꾸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권에서는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계속 종이통장을 지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