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방지 재킷에 핸즈프리 신발까지..'패션, 기술을 입다'

by최은영 기자
2015.05.27 08:07:49

물빨래되는 리넨셔츠, 한 달 만에 1만 3000장 판매
코오롱, 사물인터넷 적용 가방 7월 출시
불황에 가벼워진 주머니, 하나를 사도 똘똘한 놈으로

소비자 눈길 끄는 스마트한 패션 제품들. 제일모직에서 올 여름 주력 상품으로 선보인 물 세탁 가능한 리넨 상의(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쿠론의 ‘스마트백’, 트렉스타의 ‘핸즈프리’ 신발, 엠리밋 ‘안티벅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지난 4월 제일모직(028260)은 물빨래가 가능하고 구김이 잘 가지 않는 리넨(마·麻) 소재 옷을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해 내놨다.

리넨은 천연 섬유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청량감이 뛰어나 여름에 특히 각광받는 소재지만, 물에 취약하고 형태가 쉽게 틀어지며 구김이 많아 실용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제일모직은 이를 보완한 ‘딜라이트 리넨’ 소재로 피케 셔츠를 비롯해 재킷, 카디건, 라운드 티셔츠 등을 만들어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꽤나 고무적이다.

셔츠 한 장 가격으로는 15만~17만원 상당으로 고가인 대표상품 피케 셔츠가 출시 한 달 만에 1만3000장이 넘게 팔렸다. 무려 18개월간 천연 섬유인 리넨과 기능성 원사인 폴리에스테르 비율을 달리해 가며 섞고 실험하기를 반복, 황금 비율 찾기에 공을 들인 결과다.

패션과 기술의 동거가 확산하고 있다. 패션업계가 ‘똑똑한 상품’으로 불경기에 얇아진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수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체 개발한 냉감소재로 업계 보릿고개로 통하는 여름나기를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스마트 쿨링 소재 ‘콜드 엣지’를 사용한 여름철 티셔츠 8종을 출시했다. 상대습도 40%, 섭씨 22도의 일반 대기환경에서 시행한 실험에서 콜드 엣지는 옷과 피부 사이의 온도를 최대 2도가량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티셔츠에 적용된 마이크로캡슐이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흡수하는 ‘쿨 360 티셔츠’를, 아이더는 온도가 일정이상 올라가면 땀과 수분에 반응해 냉감 효과를 일으키는 ‘버추얼 아이스 큐브’를 티셔츠 안쪽에 프린트한 ‘케이네온2 라운드티’를 각각 출시했다.

이렇듯 여름 제품의 필수 기술인 냉감 기술은 향상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외선을 96% 이상 차단하는 기능성 제품(마운티아 ‘빈슨 티셔츠’, 센터폴 ‘아쿠아-엑스 집업 반팔 티셔츠’)에 국화과의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방충 성분인 퍼메드린을 원단에 후 가공 처리해 모기, 진드기 등 해충의 접근을 막는 의류(엠리밋 ‘안티벅스’)까지 생겨났다. 블랙야크는 국내 최초로 심전도 측정을 통해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야크온P’를 출시해 업계 관심을 끌었다.

손을 대지 않고도 신발 끈을 조이거나 풀 수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의 ‘핸즈프리’ 신발은 혁신적이다. 세계 최대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박람회인 2015 ISPO(International Trade Show for Sports Equipment and Fashion) 뮌헨에서 올해의 아시아제품대상과 황금상을 수상했다.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뒤축 아래 핸즈프리 장치를 바닥에 대고 가볍게 당기기만 하면 끈이 자동으로 조여진다. 신발을 벗을 때에는 뒤축 버튼을 다른 발로 누르기만 하면 끈이 풀린다.

그런가 하면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FnC부문의 디자이너 잡화 브랜드 ‘쿠론’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가방 ‘스마트백 1.0; 글림(Glimm)’을 오는 7월 선보인다고 예고했다. 이 제품에는 근거리 무선 통신(NFC)과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해 가방과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연결하고, 스마트폰의 상태를 가방 겉면에 부착된 쿠론의 사각 상징물에 불빛으로 나타내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렇듯 패션업계가 ‘신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대 제일모직 홍보 과장은 “계속되는 불경기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라면서 “요즘 소비자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두세 번 고민해 제대로 된, 똑똑한 제품을 고른다. 그렇다 보니 패션의 기본인 디자인은 물론, 기능적인 측면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