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승기]펀 드라이빙으로 무장한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by조영훈 기자
2015.02.28 09:49:56

[데스크 시승기]펀 드라이빙으로 무장한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조영훈 이데일리 산업부장 겸 부국장

자동차는 생활 필수품일까 사치품일까. 한때 사치품으로 분류했던 자동차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지난해말 전국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누가 봐도 생활 필수품이라는 얘기다. 사실 1980년대말 고도성장기에 들어가면서 자동차는 ‘중산층’을 상징하는 핵심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베스트 셀러카의 지위가 소형차에서 준중형차, 중형차를 거쳐 이제는 준대형차량으로 높아지고 있다. 모 포탈의 자동차 인기검색어 상위에도 국산 준대형차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국민소득이 1인당 1만달러 돌파에 이어 2만달러, 이제는 3만달러를 바라보면서 준대형차량이 베스트셀러 모델의 상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차량 크기 경쟁과 함께 2000년대말에 들어서면서 수입차 전성시대가 열린다. 강남을 중심으로 수입차 애호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이제는 지방에서도 수입차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수입차 대중화를 이끈 독일 브랜드는 BMW다. 적극적인 판매망 확장과 A/S 네트워크 확충을 기반으로 거침없는 질주를 보인 BMW는 독일 3사 모델에 대한 인기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자회사인 MINI 브랜드와 함께 젊은층을 겨냥하는데 성공한 BMW가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징표는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을 얻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2012년에 첫 선을 보인 현행 BMW 7시리즈를 시승했다. 디젤 모델이면서 xDrive라는 별칭을 붙이고 나왔다. 풀타임 사륜구동이라는 얘기다. 7시리즈가 대형차 시장을 석권했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모 대그룹의 회장님이 타던 7시리즈를 처음 봤던 모습이 떠오른다.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은 7시리즈를 탄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총 1895대가 팔려 여전히 인기모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시승차로 받은 모델은 디젤이다. 740d 모델은 의외로 2993cc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얹었다. 8단 미션과 함께 제원상 연비는 리터당 13.3km를 달리는 것으로 나와있다. 대형차의 연비가 이 정도라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3000cc 엔진이지만 313hp과 64.3kg.m의 토크를 갖췄다. 승용 기준으로는 충분한 힘을 갖춘 모델이지만 대형차라서 과연 충분한 힘을 발휘할 지 궁금했다. 무게를 찾아보니 공차중량은 1940kg. 2t에는 미치지 않는다.

시동과 함께 처음 주행에 나서면서 묵직한 느낌이 있지만 엑설레이터에 대한 반응은 신속하다. 삼청동 고개길에서 가속력을 높여보자 치고나가는 힘은 전혀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휴기간에 가족 4명이 탑승하고 고속도로를 달려볼 때도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펀 드라이빙을 표방하는 BMW의 철학이 그대로 대형차에도 반영됐다고 느껴진다.

이 차는 스포츠모드가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가동하지 않는 스포츠 플러스와 VDC가 가동되는 스포츠 모델이다. 계기판은 스포츠 모델에서는 열정적인 빨간 색으로 변신한다. 디지털 느낌이 물신나면서 펀 드라이빙의 느낌을 극대화해준다. 별도의 조작을 통하면 주행 중에도 에코와 노멀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계기판 속도계의 크기가 차체 크기에 비해 다소 작게 느껴진다.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체감상 rpm이 500~1000정도 높아지면서 노멀 모드에서의 정숙성은 사라지고 고의성(?)이 가미된 6기통 터보의 느낌이 살아난다. 으르렁거리는 야수의 느낌이랄까. 대형차는 정속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은 소비자들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펀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사운드다.

미국 하만카돈사의 오디오로 무장한 사운드는 아메리칸 사운드의 장점을 잘 활용해 대중적인 음악부터 뉴에이지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즐기기에 부족함에 없는 소리를 내준다. 시드니 하만이 1953년대에 만든 하만카돈은 JBL과 렉시콘 사운드를 거느리고 요즘 자동차용 오디오 시장에서 발군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현대차는 JBL과 렉시콘 오디오를 사용하는 라인이 많은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4인 가족이 모두 탑승한 상태에서 가속과 감속을 병행하면서 느낀 소감은 한 마디로 ‘잘 달리고 잘 선다’는 느낌을 줬다. 상당한 속도로 달리는 옆 차선 차량을 추월해야 하는 상황에서 급가속과 급감속을 시도했을 때의 신뢰도가 높았다. 펀 드라이빙이다.

7시리즈는 대형차임에도 불구하고 핸들의 조작감이 상당히 무겁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묵직한 핸들’이 BMW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펀 드라이빙에 충실한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요즘 추세를 반영해 핸들 조작감을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게’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좋겠다. 볼보는 핸들의 무게감을 3단계로 조절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3사는 서로가 먼저 개척한 분야에서 앞서고 뒷쳐지고 반복한다. BMW 7시리즈는 5시리즈와 함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개척했다. 740d의 허드에는 속도와 과속감지, 음악수신 정보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아우디 모델은 음악수신 정보는 없는 대신 크루즈콘트롤 정보를 내보낸다. 반대로 아우디가 개척했던 콰트로에 대응해 BMW는 xDdrive를 내놓았다. 후륜을 기반으로 전자식 신뢰도가 높다고 BMW 측은 강조한다.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이와함께 차선이탈 경보장치도 이미 탑재돼 향후 무인자동차로 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도 BMW 7시리즈가 시발점이었다.

2014년형 740d는 의외로 뒷좌석 공간이 생각만큼 넓지는 않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지만 실내가 상대적으로 좁다. 기사용 차량이라기 보다는 오너드라이버용으로 맞는 차량이라는 얘기다. 뒷좌석 상석에도 암레스트에 특별한 조작장치들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특성을 잘 보여준다. 기사를 두고 운전하는 모델은 같은 시리즈의 리무진 모델로 가야할 것 같다.

2012년 첫선을 보인 현행 모델은 부분 변경을 통해 3년 넘게 판매되다보니 새로운 모델로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벤츠가 풀체인지 S클래스를 이미 선보여 식상하다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BMW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면부의 정체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풀 체인지 7시리즈를 올 하반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이고 올해 중에 글로벌 판매에 돌입한다. BMW가 혁신적인 시도를 가장 공격적으로 단행하는 DNA를 가진 메이커라는 것을 감안하면 새롭게 선보일 7시리즈는 ‘펀 드라이빙’에 ‘컴포트’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BMW 플래그십 740d xDrive (사진=조영훈 기자)
새로운 것을 항상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연말까지 기다리면 ‘올 뉴 7시리즈’를 만날 것이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차량을 좀더 싸게 사기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딜러 할인’을 풍성하게 받을 수 있는 현 시점이 대형차를 준대형 고급모델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