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다 안다? 채식이 이롭다? "천만에"

by오현주 기자
2013.02.28 08:44:05

현직의사·채식주의자 저자들의 경고
건강에 대한 일반상식 뒤집어
의사와의 소통·생태론적 본질 일깨우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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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데이비드 뉴먼|352쪽|알에이치코리아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440쪽|부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건강은 신념이다. 믿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다. 신념을 다지는 건 상식일 게다. 몇 가지만 풀어내 보자. 일단 병원. ‘의사를 믿고 따르면 병은 호전된다’ ‘진단의 정밀도를 높일 테니 검사는 많을수록 좋다’ ‘대체로 의사가 과묵한 건 오만해서다’ 등. 다음은 먹거리다. ‘건강한 먹거리는 단연 채식이다’ ‘콩은 유일한 생명연장의 꿈’ ‘농업은 가장 바람직한 생태계 보존형태다’ 등.

그런데 과연 이것이 믿을 만한가. 상식을 뒤집는 반전이 있다면? 다시 병원. 의사가 과묵한 건 오만해서가 아니다. 진짜 몰라서다. 물론 알면서 말하지 않는 것도 있다. 흔히 시행되는 치료법 중엔 효과가 없는 것이 적잖다. 그런데 의사는 이것을 알면서도 권한다. 의사가 검사를 좋아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의존할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먹거리는 어떤가. 건강의 대명사가 채식이다? 천만에. 누구나 건강식으로 믿고 있는 콩 속엔 갑상선종 유발물질인 고이트로겐이 들어 있다. 1주일에 2회 이상 두부를 먹은 사람들은 두뇌 노화가 가속화되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농업은 생태계를 통째로 먹어삼키고 있다. 옥수수를 키우는 데도 동물의 뼈와 살이 필요하고 그 대안인 화학비료는 땅 속 무수한 생명까지 앗아간다.

상식에 대한 배신으로 누구나 민감하게 받아들일 건강의 실체를 꿰뚫는 이들은 현직의사와 환경운동가. 매일 의학을 접하고 있는 의사와 실제 20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환경운동가가 의미있는 공격카드를 꺼내놨다. 한마디로 의사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 채식주의가 세상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란 거다. 의학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며, 채식주의가 가렸던 생태의 본질을 제대로 들춰봐야 한다는 논지다.

▲의사가 침묵하는 이유? “진짜 몰라서”

발뒤꿈치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에 걸린 남자가 의사인 친구에게 통증을 없애 달라고 하소연을 한다. 친구는 발을 쉬게 하고 냉찜질을 해주며 심장보다 발을 높이 올려놓으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남자가 투덜거린다. 주치의의 말과 다르다는 거였다. 주치의는 발을 계속 움직이고 온찜질을 해준 뒤 피가 잘 통할 수 있도록 발을 심장보다 낮추라고 했다는 거다. 이에 친구가 변명을 한다. “의사들은 절대로 대놓고 다른 의사의 말을 반박하지 않아. 우리는 싸움 붙는 것을 무서워하거든.”

뉴욕의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인 데이비드 뉴먼이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알에이치코리아)를 통해 쉽게 말하기 어려운 현대의학의 실체를 털어놓는다. 그가 겪은 세계에선 의사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의외로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발을 심장 위로 두느냐 아래로 두느냐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목숨이 오가는 심근경색에서도 있었고 폐색전증에서도 있었다. 저자는 의사들의 이견이 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더 나아가 ‘의사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현대의학이 게놈지도까지 완성하고 있지만 아직 손마디를 꺾을 때 왜 소리가 나는지조차 못 밝혀내지 않았느냐는 거다.



의사는 어떤 처방이라도 해야 한다. 환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니 가장 간편한 항생제가 남용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자기방식만을 고집하는 건 더욱 불길한 징조다. 보건의료에선 새 증거들이 등장할 때마다 진료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환자와 이런 논의를 할 수 없는 의사라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

현대의학의 과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의학을 기술이 아닌 예술로 받아들일 때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거란 생각이다. 방법은 의사와 환자의 솔직한 소통. 그때서야 의미없는 검사, 과도한 X-레이, 효과없는 알약의 짐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채식이 건강·도덕성의 대명사? “생태계순환 파괴 중”

20여년간 채식을 실천해온 한 여자가 있다. 채식주의 중에서도 극단에 속하는 비건(vegan)이었다. 유제품과 달걀류까지 먹지 않는 식습관이다. 그가 채식을 시작한 것은 확신에서였다.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를 살린다는 정의감이었다. 그런데 그는 고통스러웠다. 20년간 우울증에 시달렸고 심각한 퇴행성 질병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채식을 그만둔다. 자신의 확신이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신념이었다는 걸 깨달은 그때였다.

‘채식의 배신’(부키)은 회심한 채식주의자 리어 키스가 폭로한 채식의 전말이다. 생명존중과 정의, 지속가능한 사회추구라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가 사람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앞세웠다. 다른 생물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도덕적 이유는 자연을 잘 모르는 소리라 했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끝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은 동물과 식물이 먹고 먹히는 원형이어야 맞다는 말이다.

채식주의의 텃밭이 되는 농업은 어떤가. 저자에 따르면 농업은 “대륙 전체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과정”이다. 흙을 파괴하는 재배행위는 생태계를 전면적으로 무너뜨린다. 쌀·밀·콩 등의 작물은 땅의 양분 한 방울까지 알뜰하게 빼먹는 ‘육식성’이기 때문이다. 공장형 축산과 다를 것이 없었다.

채식주의에 대해 그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컬트종교와 식이장애가 혼합된 것.” 종교와 장애를 동시에 버리며 그는 생태론적 세계관을 수정한다. 생명에 대한 연민과 개체 간 평등의식을 유지하면서도 평화롭게 육식을 받아들이는 거다. “서로에게 먹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자원”이라고 했다.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은’ 몰이해가 계속될수록 채식의 재앙은 더욱 커질 거란 경계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