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는 성공했지만, K팝만 있었다[2025오사카간사이엑스포⑤]

by강경록 기자
2025.06.25 04:29:58

K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관
개장 후 90만명 방문, 전체 입장객의 14%
K팝 영상과 수소체험 가장 인기 있어

[유메시마(오사카)=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2025 간사이 엑스포 현장의 심장부 ‘오야네 링’ 아래 관람객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붐빈 공간은 단연 한국관. 안내판에 표시된 대기 시간은 40분, 줄 앞에 선 한 일본 고등학생은 “K-POP 보러 왔어요. 여긴 꼭 줄 서야죠”라고 말하며 친구와 함께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주변 관람객 10명 중 7명은 한국관 외벽의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었다.

가로 27미터, 세로 10미터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사계절의 자연, 전통 문양, 도시 풍경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며 입장 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람객은 굳이 실내에 들어가지 않아도 ‘한국의 이미지’를 이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외부에서 보여주는 영상 콘텐츠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안으로 이끄는 방식이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외부 전경


전시관 내부는 세 개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AI 음악 체험관으로, 관람객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AI가 이를 음악으로 변환하고 조명이 이에 반응한다. 두 번째는 수소연료전지 체험 공간. 관람객이 입김을 불어넣으면 전기가 발생하고, 물이 미스트 형태의 방울로 전환되는 원리를 시각화한 구조다. 마지막은 8분 분량의 K-POP 영상 상영관이다. 대사 없이 오직 영상과 음악만으로 세대 간 소통을 주제로 풀어낸 이 콘텐츠는 영상이 끝난 뒤 박수가 나올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한국관 관계자에 따르면 개막 이후 현재까지 한국관 누적 방문객은 약 90만 명. 전체 엑스포 입장객의 14%에 달한다. 이곳 책임자인 박영환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감상보다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전시 콘텐츠의 일부가 될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고 소개했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외부 전경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단연 K-팝 영상과 수소 체험이었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는 대기 줄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체험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소 체험존은 입김을 불어넣는 인터랙션을 통해 수소에너지를 시각화하는 방식이지만, 반응성과 몰입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이 만든 행동이 결과로 이어진다는 체감이 약했고, 미스트 버블의 연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높아진 위생 민감도를 고려하지 못한 설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입을 대는 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AI 음악 체험관 역시 아쉬웠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않아 종종 흐름이 끊겼고, 일부 관람객 사이에서는 “영상이 의미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현장 안내가 부족하고 체험 공간 내 유도 동선도 명확하지 않아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 체험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획 철학과 엑스포 주제의 괴리에 있었다. 2025 간사이 엑스포는 ‘미래 사회와 지속가능성(Life for Future)’을 주제로, 인류의 생존과 협력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다. 그러나 한국관은 K-팝, 전통 퍼포먼스, 국악·태권도 공연 등 K-컬처 중심의 ‘체험형 콘텐츠’에 무게를 실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제안하는 미래’에 대한 메시지는 콘텐츠 어디에서도 뚜렷하게 읽히지 않았다.

물론 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분명 의도했지만, 정작 기후위기나 지속가능성, 기술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엑스포의 화두와의 연결 고리는 희박했다. 결국 콘텐츠가 ‘흥미 위주’로 집중되었을 뿐,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관은 ‘체험형 K-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것이 엑스포라는 국제무대에서 어떤 미래 가치를 품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문화적 인기 뒤에 숨겨진 국가적 메시지의 부재. 이것이야말로 한국관이 남긴 가장 큰 숙제였다.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의 수소체험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