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연공서열 탓…대기업 54% "인사적체 문제"
by김정남 기자
2024.05.19 12:00:00
대한상의,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 탓에 대기업 절반 이상은 인사 적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60세 이상 고용 연장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들은 그런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중 53.7%가 “현재 승진 지연 등 인사 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사업·조직 성장 정체’(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27.7%) ‘인력 계획 미비 또는 비효율적인 관리’(19.7%) 등을 꼽았다. 성장이 정체해 높은 직책은 줄어드는데,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과 정년 60세 의무화로 조직 내에서 보직이 없는 중고령 인력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업들이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 기업의 74.9%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했다. ‘높은 인건비 부담’(37.6%)을 첫 손에 꼽았다. ‘업무 성과·효율성 저하’(23.5%) ‘신규 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 지연에 따른 인사 적체’(16.5%) ‘건강·안전관리 부담’(15.3%)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정년 이후인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는 대기업은 29.4%에 불과했다. 그 중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는 곳은 10.2%였다. 최근 노사정 대화가 재개되고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 고용 연장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아직 그런 토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령 인력 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비한 적합한 작업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 효율화를 위한 전환 배치’(25.9%)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18.4%) ‘연공성 보상 감소·업적 성과 보상 확대’(17.3%)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13.7%) 등을 거론했다. 성과가 좋다면 젊은 3040 직원들도 과감하게 승진시켜 한국 특유의 연공서열 구조를 깨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연금개혁을 하면 연금수령 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대기업 인사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고용을 연장하는 것은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과 근로조건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