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당뇨.혈관질환 있어도... 로봇.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로 무릎 짝 편다

by이순용 기자
2020.12.11 06:23:34

마코로봇 일인자 세란병원 궁윤배 부장, 전 과정 무지혈대 및 무수혈로 무릎 인공관절수술 패러다임 바꿔
향후 무릎 인공관절 트렌드는 '비용 효율성', 무지혈대&마코로봇 수술 역할 커질 것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조복선 씨(여· 72)는 최근 주치의로부터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권유받았다. 약물치료, 주사치료로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병인 당뇨병 때문에 수술이 부담스러웠던 조복선 씨는 후유증을 감수할지 고민하다 결국 무릎 통증을 안고 살기로 했다.

▲궁윤배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이 퇴행성관절염이 심화돼 제대로 걸을 수 없는 환자에게 마코로봇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마코로봇 수술은 출혈 등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회복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소실된 연골 자리에 금속 인공관절을 씌우는 수술이다. 걷거나 무릎을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다. 모든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은 아니지만 병변이 많이 진행돼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말기에 시도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보통 허벅지 상단을 지혈대로 꽉 묶은 뒤 전기 압력을 가해서 수술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로 만든 다음 진행한다. 지혈대는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출혈 쇼크를 예방하고 깨끗한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문제는 수술 내내 다리에 정상혈압의 2~3배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최소 90분 이상 근육, 신경에 산소, 피가 돌지 않다 보니 혈관 막힘으로 인한 부종, 다리 저림, 찌릿함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주 드물게는 지혈대를 감은 부위에 신경마비, 피부 괴사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2~3주 안에 회복되지만 당뇨병성 합병증, 척추 수술 병력 등으로 말초혈관 및 말초신경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마코로봇 수술의 일인자인 궁윤배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은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마코로봇을 통해 환자의 무릎 관절 구조와 상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한 뒤 미리 인공관절 삽입 각도, 위치, 절삭 범위를 설정함으로써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운다. 감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 인공관절수술에 비해 오차가 적기 때문에 주변 인대,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고 출혈, 부작용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8개월 전부터는 축적된 임상 경험을 통해 퇴행성관절염 환자 50명에 지혈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도 시행하는 중이다. 전 과정 지혈대를 착용하지 않고 다리의 혈액순환, 산소 공급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출혈을 지혈해가며 인공관절을 장착하는 것이다.



궁윤배 부장은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은 다소 시야를 방해받고 과정이 복잡해지지만 혈전색전증, 신경마비 등 지혈대를 사용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며 “초기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 단축에도 유리해 지금은 78세 미만 환자가 한쪽 무릎을 수술할 때 적용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적용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0년간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인공관절을 디자인하고 안전하고 튼튼하게 장착시키는 방법을 찾고, 어떻게 하면 무릎을 더 많이 구부릴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방사선학적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가를 중점으로 연구돼 왔다.

수술 완성도가 어느 정도 평준화된 가운데 궁윤배 부장은 “앞으로는 수술 후의 통증 감소, 조기 기능 회복, 조기 퇴원 등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연구가 이뤄질 것 같다. 굵은 기동과 구조가 확보됐으니 이제는 섬세한 디테일에 관심을 가져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차례다. 그런 맥락에서 로봇수술, 무수혈수술, 무지혈대수술 모두 역할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향후 흐름을 내다봤다.

궁윤배 공식인증 마코로봇 트레이너 부장은 지난 6월 의료진 32명의 ‘마코로봇 수술 인정의’ 교육과정에서 지도의사로 진행을 맡았고 12월에도 40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에 참여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수술 예후뿐 아니라 환자의 빠른 회복과 퇴원, 부작용 예방에 관해 고민하는 의료진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궁 부장은 “통증 경감과 초기 관절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마코로봇을 활용한 무지혈대 인공관절수술에 확신을 굳히게 됐다”며 “환자가 훨씬 덜 고통스럽고 더 쉽게 관절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면 지혈이 번거롭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 예후가 비슷하다 해서 덮어두기에는 아깝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형외과 의사가 의료계의 목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우리는 생명력 있는 환자의 몸을 다루는 사람이다. 수술 부위가 핏기 없이 말라 있는 일반 수술과 달리 무지혈대 수술은 조직을 건드리면 바로 출혈이 일어난다”며 “이 출혈이 살아 있는 사람의 무릎을 만지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환자의 미래를 고려한 기능적인 수술을 추구하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