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조에 EV와 함께한 500km..장거리 여행도 충분

by남현수 기자
2020.12.02 07: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2020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가 아니다. 바로 르노 조에다. 조에는 소형 전기차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막히는 길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조에를 타고 서울 도심부터 장거리 여행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승차감과 주행 전비를 비교해 봤다.

조에는 지난 8월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라는 타이틀로 당당하게 국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소형 전기차는 소비자의 관심 밖이다. 아직까지 소형 전기차는 긴 거리를 가는 데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조에는 작지만 알찬 구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사나흘간 500km가 넘게 주행해보면서 짚어낸 포인트로 풀어보려 한다.

우선 디자인이 앙증맞다. ‘C’자로 둥글게 말린 주간주행등 안으로 LED 헤드램프를 품고 있다. 정 중앙에 자리한 르노 ‘로장주’ 마크를 열면 충전 포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충전을 위해선 전면 주차를 해야하지만 충전포트를 디자인으로 커버한 디테일은 수준급이다. 측면은 다부진 소형 해치백의 형상 그대로다. 다이아몬드 컷팅으로 마무리한 휠과 존재를 숨긴 2열 도어 핸들이 조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후면 테일램프가 눈을 사로잡는다.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과 마름모꼴의 램프는 입체적이다. 전체적으로 디테일이 좋다.

실내는 최근 출시한 르노삼성 모델과 맥을 같이 한다. 수평형 디자인 배치라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준다. 10.25인치 계기반은 익숙하지만 순수 전기차답게 시각적인 요소를 매만졌다. 주행가능거리, 배터리 충전량 등을 보기 쉽게 전달한다. 세로로 배치된 9.3인치 디스플레이는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지원한다. 기본으로 탑재한 내비게이션은 T맵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 날씨,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위치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공조기 조작은 다이얼 버튼을 혼용한다. 운전 중 직관적 사용이 가능하다. 피아노 건반처럼 배치된 버튼도 편의성을 높였다. 독특한 부분은 기어 노브다. 시프트바이와이어 방식을 사용해 전자식으로 기어를 변속한다. 특이한 점은 별도 ‘P’단이 없다. 어느 단에서나 시동을 끄면 알아서 ‘P’가 체결된다. 시동을 건 상태에선 ‘N’을 넣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 시키면 된다. 센터콘솔에도 수납공간을 챙기고 무선 충전 패드를 마련한 것까진 좋지만 센터 콘솔에 컵홀더가 하나인 점은 아쉽다. 도어에 위치한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1열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다. 체구에 따라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평균 신장의 성인이라면 만족도가 높은 구성이다. 시트 위치는 다소 높은 편이다. 시트를 바닥까지 다 내려도 SUV에 앉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선이 높아 전방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전체적인 착좌감은 우수한 편이다.

조에의 휠베이스는 2590mm로 소형차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탑승하면 예상 외로 공간이 넓다. 특히, 헤드룸이 여유롭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유 중엔 등받이다. 각도가 누워있어 허리 부담이 덜하다.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하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340L다. 트렁크 도어를 열면 넓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폭은 좁지만 깊이가 여유롭다. 부피가 큰 짐도 어느정도 실을 수 있겠다.

조에에는 100kW급 전기모터와 54.5kWh 배터리팩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5.0kg.m다. 1회 완전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09km다. 시속 30km 이하에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들어 본 전자음이 차 주위를 울린다. 보행자를 배려한 구성이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트립을 초기화하니 349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표시된다. 제원상 주행가능거리보다 40km가 더 길다. 목적지는 춘천이다. 도심 주행, 막히는 국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모두 아우른다. 편도 89km, 왕복 178km로 충분히 주행이 가능하다. 조에의 전자식 기어노브에는 숨겨진 기능이 있다. 바로 ‘B모드’다. ‘D’기어가 체결된 상태에서 아래로 한 번 더 당기면 된다. ‘B모드’를 사용하면 ‘D’ 보다 회생제동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전기차를 처음 탄다면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느껴질 수 있다.



익숙해지면 ‘B’모드를 기본으로 놓고 주행하게 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가속페달만으로 감속이 가능하다. 오른발의 피로도를 줄이는 동시에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전기차와 달리 회생제동만으로 완전 정지까지 지원하지 않는다. 정차 직전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호쾌하게 속도가 오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5초다. 숫자만 보면 빠른 수치는 아니지만 작은 차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그 이상이다. 가속 초기부터 최대토크를 모두 뿜어내는 전기차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정도 속도가 붙은 다음 가속을 해보면 발진 할 때보다 가속감이 떨어진다. 속도가 오를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고속도는 145km/h다.

배터리를 고려하지 않고 스포츠 주행을 즐겼더니 문득 주행거리가 걱정이 된다. ECO모드를 활성화했다. 다소 날카롭던 가속 페달의 반응이 무뎌진다. 아무리 밟아도 시속 100km 이상 속도계 바늘이 오르지 않는다. 추월 가속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는 순간 가속 페달이 한 번 더 밟힌다. 두 단계로 나뉜 가속 페달은 중간에 한 번 멈칫하는 구간을 만들어 운전자의 전비 주행을 돕는다. 부스터를 쓰는 듯한 느낌이 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이전과 같은 호쾌한 가속이 가능하다.

조에는 코너링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타이어의 단면이 195로 좁지만 차체 바닥에 배치된 배터리 덕에 무게중심이 아래로 깔려 있다. 과감한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 단단히 조여진 핸들링 감각은 아니지만 때때로 와인딩을 즐길 수 있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초겨울 산과 강을 지나니 어느새 춘천이 목전이다. 춘천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총 110km를 주행했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95km다. 평균 주행속도는 29.6km/h, 배터리 잔량은 63%다. 스포츠 주행, 막히는 길 주행 등 다양한 도로 환경과 스트레스 없이 가속과 감속을 모두 진행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기록이다. 특히 전기차에게 가장 악조건인 고속 정속 주행 조건이 절반 이상이었음을 가정한다면 고무적이다. 어디서 충전을 할 지 출발 전 파악한다면 소형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쉬운 부분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시스템 부재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운전자 운전 보조 시스템만 보강된다면 조에는 나무랄 것 없는 소형 전기차다.

조에를 보면 어느 곳 하나 모난 곳 없다. 적절한 편의장비 구성,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원 후반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 참신한 스타일, 적정한 동력 성능과 주행거리까지 매력적이다. 주행거리만 보고 구매가 망설여진다면 시승을 해보시길! 10km를 주행했는데 주행가능거리는 단 5km만 줄어 있는 마법을 볼 수도 있다.



: 귀여운 외모와 실용적 공간, 에상 외로 긴 주행거리는 덤

: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만 보강된다면 아쉬울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