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0.09.29 06:59:30
‘무릎 명의’ 무릎팍 박사 이수찬 힘찬병원 원장, 인공관절수술에 로봇시스템 접목해 선진의료 선도
다리 축 정렬 안 맞으면 성공률 떨어져… 정확도가 관건
숙련된 의료진과 로봇의 협업으로 부작용 적고 수술 성공률도 높여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2년 전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신정자 씨(여· 65· 충남 홍성)는 얼마 전 왼쪽 무릎도 퇴행성관절염 말기 진단을 받고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 지난 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로봇시스템을 이용했다는 것. 신 씨는 “지난 번에도 결과가 좋았지만 주위에서 로봇수술로 하면 출혈도 적고, 덜 아프다고 해서 고민 끝에 수술을 결심했는데 막상 해보니 수술 후 통증도 적고, 같은 날 수술한 다른 환자들보다 회복 속도가 빠른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관절 사이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연골이 노화로 인해 닳아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는 말기 퇴행성관절염 단계에서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치료법이다. 그 동안 인공관절의 소재와 수술도구,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인공관절의 수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로봇시스템이 접목되면서 수술의 중요한 요소인 정확도, 안전성,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릎팍 박사로 잘 알려진 ‘무릎 명의’ 이수찬 힘찬병원 원장은 “인공관절수술은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수술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시행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인공관절수술도 만족도가 90%에 달할 만큼 높지만 로봇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수술 오차를 0.5mm 이내로 줄이면 수술 후 환자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힘찬병원은 매년 국내 인공관절수술 건수의 약 7% 가량을 시행할 정도로 명실상부 국내 인공관절수술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지난해 7월 기준 무릎 인공관절수술 12만 례를 달성하였으며, 지난 6월부터 로봇 인공관절수술을 도입한 후 한달 여 만에 전 세계적으로 최단기간에 100례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 원장은 “로봇수술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이 수술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분들이 간혹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로봇의 도움을 받아 의료진이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다. 수술 중 의료진의 판단이 중요한 만큼 임상경험이 많고, 숙련도 높은 의료진이 로봇을 이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수술로 기존 구멍뚫는 과정 생략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관절부터 발목에 이르는 다리 축의 정렬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중 다리 축을 일직선으로 맞추지 못하면 O자나 X자 모양으로 다리가 휘게 되고, 무릎에 가는 하중이 한쪽으로만 집중된다. 인공연골도 자연연골과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마모가 일어난다. 더구나 한쪽으로 하중이 쏠리면 자연히 마모가 빨라져 다시 염증이 생기고 차후 재수술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이 원장은 “기존 인공관절수술은 다리 정렬을 위해 허벅지 뼈에 긴 구멍을 뚫어 기구를 고정시킨 후에 뼈를 깎게 되는데 로봇수술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된 수치로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고, 구멍을 뚫어서 생기는 출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정확한 다리 정렬은 해외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와 북경연합의과대학병원 연구진이 2019년 의과대학원 저널(Postgraduate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기존 인공관절수술과 로봇 인공관절수술의 효능 및 신뢰성 비교 연구’논문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다리 축 정렬과 인공관절 삽입 위치가 더욱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후 관절기능 위해 ‘인대·근육’ 고려해야
무릎 인공관절수술의 최종 목표는 통증 감소도 있지만 잘 걷고 움직이는 것이다. 수술 후 무릎을 구부리고, 펴고, 앉고, 서고, 걷는 등 정상적인 관절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릎 주변 조직인 인대, 근육 등을 잘 파악해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로봇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전 입체 3D CT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무릎 뼈의 절삭 범위, 인공관절 크기, 삽입 위치를 파악한다. 이후 수술 직전에 집도의가 CT로는 확인이 어려운 인대, 근육 등 관절 주변의 조직상태를 확인하고 무릎을 굽히고 펼 때 변화되는 근육 상태와 인대의 균형을 컴퓨터가 계산한 정확한 수치와 함께3D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함으로써 환자 고유의 전반적인 무릎 상태를 반영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의사와 로봇시스템이 상호 피드백을 주고 받는 협업 과정을 통해 뼈의 절삭 범위와 인공관절의 삽입각도, 인대의 균형 등을 세밀한 정보를 바탕으로 집도의가 직접 판단함으로써 수술의 정확도를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집도의가 로봇팔 컨트롤하는 ‘햅틱 기술’
인공관절 삽입 전 최종 단계는 바로 뼈를 절삭하는 과정이다. 이때는 주변 조직 손상 없이 최소한의 뼈만 절삭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수술은 집도의가 로봇팔을 잡고 절삭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집도의가 수술과정을 통제하며 변수에 대처할 수 있다. 또 절삭범위인 햅틱존이 만들어져 절삭기구가 이 범위를 벗어나려고 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멈춰 주변 조직의 손상을 막고, 필요한 부위만 정확하고 안전하게 절삭을 진행할 수 있다.
이수찬 원장은 “뼈를 많이 깎거나 절삭과정에서 인대, 힘줄, 근육 등 주변 조직이 손상되면 출혈량이 많아지고 수술 후 통증이 심해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며 “로봇수술을 통해 이를 줄여줌으로써 수술 후에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대학병원과 런던 프린세스 그레이스 병원 연구진이 2018년 국제 인공관절 학술지(The Journal of Arthroplasty)에 발표한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뼈와 연부조직 손상 비교’ 논문에 따르면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에 비해 뼈 절삭이 더 정교하며, 주변 연부조직의 손상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