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블랙홀]"꼼수 난무"…총선 앞두고 막장 치닫는 정치권
by신민준 기자
2020.03.20 08:16:38
총선 승리 위해 비례정당 반칙·편법 주고 받아
"위법" 강조하던 민주, 사실상 위성정당 출범
공천 내홍겪는 통합·미래한국…제2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도
"국가위기 상황에 거대 양당 꼼수정치로 정치혐오 유발"
[이데일리 신민준 이용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30대 여성 최모씨는 최근 민주당 행태에 실망감이 크다. 미래한국당을 미래통합당의 ‘꼼수’라고 비난해놓고는 정작 민주당 자신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사실상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비례정당)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말바꾸기일뿐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원조보수’라고 자부하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통합당을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오른다. 총선에서 압승해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독주를 견제해야 하는데 한국당의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집안 싸움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4·15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뒤흔들면서 막장정치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을 통해 거대 양당제의 폐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꼼수 비례정당의 속출 현상으로 거대 정당 의석수만 늘어나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피해로 경제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지나친 꼼수정치라는 자성론이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한국당을 정식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천파동 속에 사퇴한 한선교 대표 등 통합당 소속 의원들을 자유의사에 반해 한국당에 입당시킨 위법적인 조직이라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민주당은 지난 2월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에 발을 담궜다. 반칙과 편법을 일삼은 통합당을 응징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 사건과 대구·경북 봉쇄 발언,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당사자들 공천 논란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원내 1당을 통합당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실제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은 연합정당이라서 비례정당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연합정당이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한 최근 2개월 내에 만들어진 신생 정당들로만 구성된 점을 놓고 봤을 때 사실상 위성정당이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지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의당은 일찌감치 연합정당에 불참을 선언했고 민생당의 합류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며 “민중당은 통진당 후예라서 안 되고 녹색당은 트랜스젠더 비례후보를 내서 안된다. 결국 남은 것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급조된 페이퍼 정당들뿐”이라고 썼다. 이어 “그들을 담는 그릇 역시 친조국 개싸움국민본부의 주역들이 날림으로 만든 떴다당이다. 위성정당은 양정철(민주연구원장)의 잔머리로 처음부터 민주당에서 만든 것”이라며 “정당정치를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느냐. 양정철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재앙이 될 것이다. 아니 한국정치의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통합당은 총선이 끝나면 합당할 위성정당과 모(母)정당이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통합당은 한국당이 지난 16일 밝힌 비례대표 후보 46명과 관련해 통합당의 영입 인재들이 탈락하거나 당선권 밖인 20위권 이후로 밀려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비례후보 순번 앞번호를 얻기 위해 민주당의 각종 비난에도 의원 꿔주기까지 했던 모정당이 공천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9일 통합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조정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부결시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제2의 비례정당 창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미래한국당에 다소 앞서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성인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더불어시민당은 37.8%, 미래한국당 30.7%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총선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두 거대정당의 독무대가 되가고 있다”며 “거대 정당들의 꼼수 정치로 중도층이 정치판을 떠나고 정치 혐오를 유발해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