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키운 드라이비트, '그라스울' 등 단열재 강화 필요

by김정유 기자
2017.12.24 12:50:09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3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주차된 차량들을 빼내기 위해 지게차를 동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김정유 강경래 기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제천 화재 참사 주요 원인으로 불에 취약한 외장재 공법 ‘드라이비트’가 꼽히면서 화재에 강한 그라스울·미네랄울 등 단열재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불에 취약한 외장재로 인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축자재에 대한 화재 안전성 규제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 주된 원인으로 건물 외장재 공법인 드라이비트가 지목된다. 소방당국은 이번 스포츠센터 화재로 총 2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건물 아래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지상 9층까지 타고 올라간 것과 관련, 건자재 업계에서는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이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단열재를 붙이고 매시(섬유)를 더한 후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이다. 벽돌 등 일반적인 외장재와 비교해 시공 가격이 20∼30%에 불과하다. 시공 역시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상가 등 10층 이하 건물에 주로 쓰인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화재보험협회 ‘국내 고층건축물 외장재 사용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3월 건축법 이후 불연 단열재를 사용한 고층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 30층 이상 건물 2107동 가운데 6.4%인 135동이 제천 스포츠센터와 같은 드라이비트 외장 단열재를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3월 건축법 개정을 통해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전 건물은 새 건축법에 적용받지 않아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외장재를 교체하려면 건물을 해체하거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장재 교체를 강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수영 화재보험협회 재난안전연구팀 책임연구원(공학박사)은 “2012년 3월 건축법에서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했고 2015년 10월 그 대상을 6층 이상으로 규정해 더 강화했다”며 “하지만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된 고층건축물 135동에 대해서는 건축 당시 적법했기 때문에 외장재 교체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건자재 업계에서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그라스울·미네랄울 같은 난연성을 강화한 단열재다. 이 단열재들은 소재에 탄소를 함유하지 않아 불에 잘 타지 않고 유독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가연성이 있는 스티로폼이 많이 사용되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화재에 취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글라스울 등 난연성이 강화된 소재 가격은 스티로폼보다 30% 이상 비싸다. 때문에 영세 시공업체들의 경우 난연성을 강화한 단열재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비트와 샌드위치패널 등 난연성과 내구성이 약한 공법으로 시공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며 “원가 부담 때문에 글라스울 등 난연성이 보장된 단열재를 활용하지 않고 값싼 스티로폼을 쓰고 있어, 잠재적인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외장재로 인한 참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게 건자재 업계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지어지는 건물에 대해서는 개정된 건축법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겠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이러한 건물에도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