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플레이DB 기자
2014.05.13 07:57:23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곡가이자 레코딩 아티스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수, 폴 매카트니가 사상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비틀즈와 윙스, 솔로활동을 통틀어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그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렛 잇 비’ 등의 명곡을 탄생시켜 세계 팝 시장 위에 군림했던 비틀즈 시절부터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고 있는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의 음악과 오는 28일 있을 내한공연의 기대곡을 알아보자.
영국 리버풀의 한 노동자가정에서 태어난 폴 매카트니는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트럼펫을 선물 받았는데, 입이 아파 트럼펫 대신 기타를 연주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1957년 친구의 소개로 ‘쿼리맨(The Quarrymen)’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던 존 레논을 만나게 된다. 비틀즈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다. 함께 밴드를 하게 된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사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기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음악적으로도 깊이 교류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조지 해리슨이 합류하고 몇 번의 멤버교체를 거쳐 링고 스타가 합류하면서 비틀즈의 최종 멤버가 확정됐다. 이들은 이후 여러 번 밴드명을 바꾸다 1960년 8월 ‘비틀즈(The Beatles)’라는 이름을 결정하게 된다.
폴 매카트니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비틀즈는 한 지방도시의 인기밴드일 뿐이었지만, 이들이 1962년 발표한 첫 싱글 ‘러브 미 두(Love me do)’가 음반 집계 순위 17위를, 1963년 발매한 두 번째 싱글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가 1위를 차지하면서 이들은 영국 팝 음악을 이끄는 밴드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후 이들은 <어 하드 데이스 나잇(A Hard Day's Night)><헬프(Help!)><러버 소울(Rubber Soul)> 등의 정규앨범과 수많은 싱글곡을 모두 차트 1위에 올리며 전세계 음악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비틀즈로 활동하는 동안 폴 매카트니는 존 레논과 함께 작곡·작사를 담당했는데, 두 사람이 함께 쓴 곡은 27곡 뿐이고 나머지는 어느 한 명이 혼자 작곡을 하면 다른 사람이 의견을 말하는 식이었다. 초반의 합의에 따라 두 사람은 누가 노래를 만들든 작곡가명은 모두 ‘레논&매카트니’로 표기했지만, ‘헤이 주드(Hey Jude)’, ‘예스터데이(Yesterday)’, ‘렛 잇 비(Let It Be)’ 등의 많은 히트곡이 모두 순수한 폴 매카트니의 창작곡으로 알려져 있다.
비틀즈는 1966년부터 서서히 분열을 맞았다. 불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존 레논의 연인 오노 요코가 팀의 음악작업에 간섭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해진다. 존 레논이 밴드를 소홀히 하자 폴 매카트니는 주도적으로 음악작업을 이끌며 초반의 순수한 록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담은 ‘겟 백(Get Back)’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비틀즈는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를 끝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폴 매카트니는 1970년 4월 비틀즈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 해체 직후 첫 솔로앨범 <매카트니(McCartney)>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지만 평단의 반응은 냉정했다. 매카트니도 몇 년 후 이 앨범에 대해 “아주 형편 없었다”고 자인했을 정도. 그러나 그는 비틀즈 해체와 존 레논과의 반목, 마리화나 복용으로 인한 경찰수사 등을 겪으면서도 1973년 ‘폴 매카트니 앤 윙스’라는 밴드명으로 발표한 앨범 <밴드 온 더 런(Band On The Run)>으로 팬들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는다.
밴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자신의 이름을 빼고 ‘윙스’라고 밴드명을 바꾼 폴 매카트니는 이후 다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밴드 온 더 런>은 발매된 이듬해 영국·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됐고, 다음 앨범인 <비너스 앤 마스(Venus & Mars)>는 예약주문만 200만장을 기록했다. 폴 매카트니는 이 시절에도 ‘실리 러브 송스(Silly Love Songs)’와 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의 주제가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를 비롯해 무수한 히트곡을 썼다. 이후 윙스 활동을 접고 솔로로 전향한 이후에도 스티비 원더와의 듀엣곡 ‘에보니 앤 아이보리Ebony & Ivory)', 마이클 잭슨과의 듀엣곡 ‘세이 세이 세이(Say Say Say)' 등의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아래)일본 오사카에서의 <아웃 데어(Out There)> 콘서트(2013)
보컬과 작곡가, 베이시스트로서뿐 아니라 피아니스트·기타리스트·드러머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온 폴 매카트니는 평생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비틀즈의 1967년 앨범 <페퍼상사(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서구 음악사에 기록될 명반으로 꼽히는데, 당시 매카트니는 클래식악기·전자음·교차리듬을 활용하거나 존 레논과 서로 미완성곡을 합쳐 새로운 곡을 만드는 등의 시도로 파격적인 앨범을 만들어냈다. 이 앨범은 15주 동안 빌보드차트 정상을 지키며 큰 반향을 낳았고, 여기 수록된 매카트니의 ‘쉬즈 리빙 홈(She's Leaving Home)’은 당시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으로부터도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매카트니는 파이어맨(Fireman)이라는 팀을 결성해 일렉트로닉 음반을 발표하거나 클래식 음반을 다섯 차례 내는 등 도전을 계속해왔고, 회화·조각·사진에도 관심을 갖고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일흔이 넘은 그가 지난해 솔로앨범 <뉴(New)>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2014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록음악상을 받게 된 밑바탕에는 50여 년간 쉬지 않고 이어온 도전과 실험이 있었을 것이다.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폴 매카트니가 과연 첫 한국공연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폴 매카트니가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었던 콘서트의 셋리스트를 바탕으로 기대곡을 꼽아보고 있는데, 당시 그가 불렀던 31곡 중 4곡을 특별히 꼽아봤다.
존 레논이 오노 요코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 비틀즈를 소홀히 하기 시작했을 무렵, 폴 매카트니가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안 레논을 위해 쓴 노래. 당시 폴 매카트니는 첫 번째 부인 신시아 파웰과 이혼하려는 존 레논을 극구 말렸는데, 이 때 부모의 불화로 슬퍼하던 줄리안 레논을 보며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헤이 주드’는 발표 직후 9주간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고, 지금도 폴 매카트니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공연하든 관객들이 마지막 구절까지 완창하는 명곡이다.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 시절 만든 ‘예스터데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히트곡으로, 1999년에는 BBC로부터 20세기 최고의 곡으로, 2000년에는 MTV 및 롤링스톤지로부터 사상 최고의 팝송으로 꼽혔다. 폴 매카트니는 처음 꿈 속에서 이 노래의 멜로디를 들었는데, 혹시 자신이 무의식 중에 다른 음악가의 표절한 것은 아닌지 한 달간 확인을 거친 끝에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BMI(Broadcast Music Incorporated)에 따르면, 이 곡은 20세기에만 각종 대중매체에서 700만번 이상 연주됐다.
매카트니가 윙스 시절 발표한 동명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비틀즈 시절 조지 해리슨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죄수”라고 한 말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노래를 만들던 1972년 당시 매카트니는 마리화나 혐의로 두 번이나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감옥에 갇혀 있던 밴드가 탈출한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권위에 대항하고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기존의 사랑 노래에서 벗어나 자유를 노래했다는 점과 치밀한 음악적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카트니가 2012년 발표한 <키세스 온 더 바텀(Kisses On The Bottom)>에 수록된 곡이다. <키세스 온 더 바텀>은 201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앨범부문을 수상했다.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와 에릭 클랩튼의 기타연주로 이뤄진 ‘마이 발렌타인’은 단출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거장의 연륜이 생생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특히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나탈리 포트만과 조니 뎁이 출연해 표정과 수화만으로 깊디 깊은 감성을 전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폴 매카트니 공식 홈페이지(http://www.paulmccart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