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4.02.07 09:00: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비은행 금융기관이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하면서 전체 결제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서울 소공동 본관 1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화폐컨퍼런스’에서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이 발달하면서 중앙은행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결제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핸드폰 결제, 티머니 등과 같은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하면서 신용위험을 가진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감시가 쉽지 않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이러한 결제수단이 화폐수요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향후 진행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현금사용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거래건수 기준으로는 현금이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해킹 등 사이버 공격 사례의 발생이나 피해가 확대되고 있어 보안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화폐의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에서 고액권 위주로 화폐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른 디지털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위조지폐를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새 은행권을 발행하는 경우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새 은행권 발행을 진행 또는 준비중인 유럽 및 호주중앙은행이 경험한 문제점 및 대응방안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이외에도 금융위기시 화폐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화폐유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나라에서 화폐발행잔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신흥국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일부를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정치·경제 위기 등으로 화폐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은 예측력을 제고하고 화폐유통시스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 주제는 ‘화폐수급 환경 변화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독일·일본·호주·인도·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 발권 및 금융결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