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3.12.25 12:00:00
예탁증권담보융자 잔고 8조원 돌파..5년간 245% 늘어
비싸게 산 주식, 박스권 속에도 손털지 못하고 담보로 사용
상승장에 베팅하는 신용거래 잔고는 '정체'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예탁증권담보융자가 8조원을 돌파했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생활비 부담은 늘자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고는 3조2700억원 수준이었지만 12월 현재 8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5년간 245% 증가했다. 2009년 4조7300억원, 2010년 6조27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어 2012년 7조원을 돌파하고 1년 만에 8조원에 이른 것이다.
예탁증권담보융자는 가계 대출과 함께 증가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던 2008년 684조원 규모였던 가계대출은 2011년 800조원을 돌파하더니 장기간 경기침체에 현재 938조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시행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집을 팔지 못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는 투자자가 증가하듯이 주식에 묶인 돈을 되찾지 못하고 일단 빚을 낸 후,생활비를 마련하는 개미투자자도 늘어났다. 특히 최근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침체되자 제값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빚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승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탁증권담보융자의 금리는 통상 6%대에서 형성되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4%대 금리를 제시하자 은행 대출을 대환하는 개미투자자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상승장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정체상태다. 특히 빚을 내고서라도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신용거래 잔고는 코스피 박스권 정체와 함께 멈춰 버렸다. 2010년 6조300억원이었던 신용거래잔고는 2012년 3조91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4조4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2010년에 비해서는 줄어든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지만 손해를 본 투자자가 손을 털고 나가기란 쉽지 않다”며 “주식에 물려있는 투자자는 증가하고 주식에 들어오는 투자자는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우경 한국거래소 분쟁조정팀장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 수익과 담보 하락시 반대매매를 통해 회수하기 편리한 이점이 있어 신용 공여 영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주가 급변시 추가 손실과 반대매매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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