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조사·제재 일원화해야"

by함정선 기자
2013.04.05 09:10:01

기존 주가조작 조사 속도와 제재 수위 크게 높여야
특사경은 실효성 의문..형사처벌 외 추가제재 필요

[이데일리 함정선 김도년 경계영 기자] 지난해 대선 당시 한 비공개 주식동호회 회원들은 36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일부 종목을 미리 사놓고, 해당 기업이 특정후보와 연관이 있는 ‘정치 테마주’라는 소문을 퍼뜨린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겼다. 금융위원회는 이 일당을 적발해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법원은 3000만원의 벌금형만 부과했다.

위 사례는 기존 주가조작 처벌 수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벌금형은 그나마 무거운 처벌에 속한다. 재판까지 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재판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례가 86%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주가조작으로 돈을 벌고 벌금으로 때우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문제는 또 있다. 조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을 적발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 검찰에 고발해도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2011년에 기소되지 않고 이월된 사건이 165건에 이른다. 신규로 271건을 더 적발해 지난해만 436건의 주가조작 의심 사건이 검찰에 고발했지만 실제로 조치된 건수는 243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가조작 조사 속도와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 대안으로 양형기준 강화와 함께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을 꼽고 있다.

양형기준 강화는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범죄 형량을 15년으로 늘린 바 있다.

반면 특사경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검찰의 지휘를 받으면서 절차는 간소화되겠지만 검찰과 금융위, 자본시장법과 특사경법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사경은 공무원조차 기피한다는 점도 문제다. 처우가 좋은 특수법인 조직인 금감원 직원들로 특사경을 꾸린다면 인력 구성에서부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조직의 조사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선 단일 조사체계를 구축해 주가조작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와 제재, 고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직접 민사 제재금을 부과하거나 법원에 과징금 부과도 신청할 수 있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SA)은 조사와 과징금 부과는 물론 기소 권한까지 갖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과징금 부과와 조사공무원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금융위는 조사공무원제를 도입해 강제조사를 실시하고, 과징금으로 기존 형사처벌의 미비점을 보완하면 빠른 시일 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조사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순섭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주가조작 근절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