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부탁해Ⅱ]②"부모선택권은 Yes! 복잡한 정책은 No!"

by김도년 기자
2012.08.28 09:13:04

부모가 말하는 보육정책
아동수당 압도적 찬성.."대선 전 포퓰리즘 경계해야"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보육시설에 지원하는 현 정부의 정책도 나쁘지는 않지만 부모에게 직접 아동수당을 주는 제도는 더욱 환영할 만 합니다. 현재 자녀들은 부부가 직접 키우기 어려워 주로 민간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가능하면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습니다. 자녀 1명당 한 달 보육비는 20~30만원대인데 만약 아동수당을 받게 되면 어린이집 비용에 보태거나 예산에 맞게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교육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선호하는 보육정책의 방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데일리가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남양유업, 매일유업과 공동으로 0~5세 자녀를 둔 부모 6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풀어쓴 것이다.

먼저 정부가 보육료를 보육시설에다 지원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54% 찬성, 30% 반대)도 많았지만 직접 부부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것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80% 찬성, 10% 반대)을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바로 이런 결과 때문에 정치권의 포퓰리즘적인 아동수당 공약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부에게 직접 지급하는 수당을 늘리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일견 매력적인 정책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정부 재정에 대한 고려 없는 허황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응답에선 상대적으로 양질의 시설을 갖춘 국·공립어린이집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바람도 읽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작성한 ‘영유아보육 및 유아교육 사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의 운영상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5세 누리과정’을 이수한 교사의 수가 평균 2.33명으로 전체 평균(2.12명)보다 높았지만 민간어린이집은 1.45명에 그쳤다. 또 급식 환경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영양사와 조리사를 모두 고용’한 비율이 27.5%였지만 민간어린이집은 12.5%였다. 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자녀 1인당 한 달 평균 보육비가 20만원대(26%), 30만원대(36%)로 응답한 사람이 과반을 넘는 것은 매달 자녀 1인당 20만원가량의 아동수당을 직접 지급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아동수당을 통해 부모의 자녀보육 선택권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응답자들은 ‘아동수당을 받는다면 어떻게 쓸 예정인가’란 질문에 ▲부모가 직접 만든 교육 프로그램에 쓴다(26%) ▲가정 내 보육료에 보탠다(16%) ▲대안어린이집 등 특수한 형태의 시설을 활용한다(10%) ▲기타(3%) 등으로 다양한 보육의 형태를 선택한 부모들이 과반(55%)을 넘었다.

한편 현 정부의 보육정책을 ‘정확히 모르겠다’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부모가 10명 중 7명(67%)에 달한 것은 현재 시행 중인 보육정책을 보다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육료 지원 정책은 크게 보육시설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과 아이를 직접 키우는 가정에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원화돼 있지만 구체적인 구조와 대상이 복잡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용민 차일드캐어그룹(Child Care Group) 대표는 “복지정책 수혜자의 64%가 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상보육 정책을 좀 더 단순하게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며 “자녀 수에 따른 아동수당을 모든 가정에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