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9.06.22 10:12:00
강남 큰손들의 ''최근 재테크''를 분석해보니…
"인플레이션 곧 온다" ''강남 불패론'' 다시 믿어
전문가들 "이미 값 올라" 일반인 추격매수는 위험
[조선일보 제공] "정말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부동산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며 확신을 갖고 막 주워담더라고요."(윤설희 국민은행 PB센터장)
"요즘 강남에선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치솟는다는 '2011년 부동산 대폭등설'이 화제예요."(조재영 우리투자증권 부장)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큰손(개인 자산가)'들이 금고문을 열고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베팅하고 있다. 실업자가 늘고 있는 현 경제 상황이나 저출산으로 주택 수요가 줄 것이란 학자들의 전망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은 한두 명이 움직여서라기보다는 부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 많다. '큰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부자고객들을 상대하는 금융회사 PB(프라이빗뱅킹) 팀장들은 "대다수 부자 고객들의 관심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많이 뿌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찾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23일부터 새로 나오는 5만원짜리 지폐가 상품의 가격을 올리고 소비를 늘려 인플레이션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 현금은 갖고 있을수록 손해이며, 아파트나 건물 같은 부동산에 미리미리 투자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큰손'들의 재테크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의 중심에는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에 자산을 불려온 50~60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과거 땅값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황을 몸소 체험했었다.
그런데 큰손들은 서울 내에서도 특히 강남권 부동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핵심 지역 부동산이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대다수 PB팀장들은 전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모든 지역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가격이 급등했다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기자가 김재언 삼성증권 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 1986년 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우리나라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을 비교해 봤다. 그랬더니 해당 기간 물가 상승률(평균치 기준)은 178.5%였다. 하지만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128.7%에 그쳤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지역별로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남 지역 집값 상승률은 254.5%로,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강북은 100.2%로 물가상승률에 크게 못 미쳤다. 결국 인플레에 대비해 강남 지역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성공적이겠지만 그 외 지역 집값은 물가상승률조차 쫓아가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