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중기 상승국면 접어드나

by박주식 기자
2002.08.16 09:44:15

[edaily] 최근 주가가 지수 660을 바닥으로 견조한 상승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8월 7일부터 5일간 연속 상승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종합지수는 5% 상승하여 700포인트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최대의 관심은 최근 상승세가 미국금융시장 불안으로 야기된 4개월간의 지리한 조정장세를 마감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 시장안정 조짐으로 인한 일시적 반등세에 불과할 것인 지이다.

대체적인 정황을 검토해 보면 주가가 중기 상승추세를 회복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중심이 두어진다. 주식시장의 양호한 상승세 뿐만 아니라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요 변수를 간략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데 경기, 가치(valuation), 정책변수, 투자심리 등이 그런 것들에 속한다.

◇하반기 경기전망 의미있는 변화 감지..주가에 반영


미국경제의 재침체 가능성이 세계금융 시장에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경제 재침체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지지하는 요인도 있는 반면 경기가 양호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미국경제 재침체 가능성은 시장에서 우려했던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고수준이 사상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고용악화와 소득 감소를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고를 4분기 동안 타이트하게 유지해온 기업들은 최근 투자기피성향을 완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며 대외 무역부문의 개선조짐이 현실화 될 경우, 미국 경제는 견조한 소비와 투자의 양날개가 작동하는 가운데 하반기에 지금 보다 더 빠른 회복추세를 보일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하반기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경기회복의 지연 가능성 정도, 즉 회복속도의 문제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도 수준의 우려는 수개월 동안 진행된 주가 하락을 통해 시장이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치가 낮춰졌고 시장 참가자들은 이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가 경제전문가들의 하반기 경제전망 평균치가 지난 7월 3.5%에서 최근 2.5%로 하향 조정되었다.

최근 한국은행도 콜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6.5%에서 6%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 경제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성장 전망치 하향 조정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한다. 한미 양국의 성장성 저하 가능성에 대한 일차적 주가반영은 이미 이뤄졌다고 보여지며 더 이상 시장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는 작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Valuation이 주가상승에 걸림돌 될 가능성 낮아


주식 가치 평가(Valuation)가 향후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미국 주가 고평가 논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가 하락 폭이 크고 역사적 기준으로 본 고평가 상태가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S&P500 지수의 경우 2002년 예상 실적 기준 PER는 17-20 범위에 있다. 역사적 평균 15-17에 비교해 크게 고평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이익의 개선추세다. 2002년 2/4분기에 S&P 500 기업은 5분기만에 처음으로 이익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고 PER가 역사적 기준으로 봐서 크게 높지 않다면 주가하락 압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하반기 이익개선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최근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수출과 환율동향, 기업의 자금사정, 금리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이익개선 추세 둔화는 가능하지만 급격한 이익감소나 기업신용 위험 증가가 예상되지 않는다.

◇정책변수, 주식시장에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 중


정책변수는 주식시장에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경제 불안요인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응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의미 있는 변화를 두 가지 들 수 있다.

첫째, 투자자 신뢰회복을 위한 과감한 개혁조치의 발표다. 미국 의회는 회계부정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골자로 한 회계제도 개혁안에 합의했고 행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법률안이 제정 시행되었다.

둘째, 중남미 경제불안에 대한 방임적 태도에서 적극적인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주 IMF는 금융 불안에 시달리는 브라질에 3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미국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미국은 예금인출 위기를 겪는 우루과이에 긴급 브리지 론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의 입장변화는 중남미 위기가 미국 실물과 금융 불안 증폭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주식시장은 미국정부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월 13일 미국 연준은 40년 동안 최저수준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1.75%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물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연준이 주식시장 하락상황만을 고려하여 금리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금리가 이미 바닥권인 상태에서 추가적인 인하가 가져올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의 파급효과가 더 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을 수도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역사적으로 최저수준이며 이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규모의 통화가 시중에 공급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하고자 한다면 천문학적인 통화증발 수요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기의 경기부양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정책수단을 스스로 제한할 위험에 노출된다.

< 미국의 통화수요곡선(80년 이후) >

자료 : FRB

그러므로 향후에도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연준이 금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완만하게 회복되는 미국경기가 지속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정부의 정책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실물경제 안정을 위해 부동산 투기억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동산 시장 활황은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지만 부동산 거품은 경기 진동 폭을 크게 해 경기하락의 고통을 늘린다. 주 5일 근무제 도입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소비증가 여력을 늘림으로써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장기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심리 저변은 차이가 커


투자심리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투자심리 저변은 분명히 다르다.

미국 투자자의 심리 위축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미국 주가는 1982년 가을에서 2000년 3월까지 약 19년간 상승세가 이어졌고 미국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만 익숙해졌다. 지난 3년간의 주가하락은 과거 20년간의 행복했던 시간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상실의 아픔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노출됐다.

< 82년 이후 미국 주가 추이 >

자료: Datastream


< 90년 이후 한국 주가 추이 >

자료: Datastream

한국의 투자심리 저변은 사뭇 다르다. 지난 13년간 500-1000포인트 대에서 주가 등락 과정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5년 넘게 유지되는 대세상승 기대감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는 추세로 전환한 것은 분명하다. 대한 민국은 98년 IMF 구제금융을 거친 나라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제성장과 외환보유고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12월 대선을 맞아 이런 경제 활력의 실상이 정치 과잉(Political Noise)에 묻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과잉이 주가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구호도 잦아들 것이고 투자자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제와 기업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660을 바닥으로 중기상승 추세로 전환초기 단계


이상의 여건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주식시장은 지난 4개월간 상당한 조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되며 이제 새로운 재료들에 대해 그 영향력을 검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 예상된다.

미국 경기가 연준의 전망대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경우 우리 경제도 하반기에 6% 이상의 성장속도를 유지하는 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실적전망도 밝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주가는 고평가 우려가 많이 해소되었다고 하나 가격메리트가 발생하기엔, 경기회복속도나 투자심리측면에서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가는 거래소 기준 660을 단기 바닥으로 주가는 중기상승 추세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유효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주가가 800포인트를 조만간 상향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해 보인다. 다만, 추가하락 위험은 줄어들었고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