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의철 기자
2000.07.20 11:10:29
거래소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의 매도가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20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도공세를 보이며 오전 10시 45분 현재 47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쟈딘(6만5천주) CSFB증권(3만주) 등의 창구를 통해 약 9만주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삼성전자 주가는 이 시간 현재 전일 대비 3.33% 포인트,1만2000원 하락한 34만8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왜 지속적인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일까.외국인매도는 두가지 주요한 측면이 있다. 우선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는 반도체경기 논란 속에 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리저널펀드의 편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삼성전자 주가상승으로 가격부담이 발생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다.리저널펀드들이 반도체를 집중 편입했으나 최근 시장이 저조한 상황에서 편입비중이 너무높고 가격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이 19일 현대전자를 사고 삼성전자를 판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일부 줄이면서 저가권 주식을 사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최남철 마이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나 반도체의 펀드멘탈 자체에 문제를 인식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에 너무 집중돼 있는 상황을 다소 해소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도이유로 또 하나 꼽히는 것은 동남아의 환율 문제다.싱가폴에 이어 일본 엔화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동남아 통화불안은 국내 총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위축시키고 이는 외국인의 아시아투자 축소로 이어져 국내 증시의 자본유출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은 이와관련 지난 19일자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증시가 연초보다 30% 가량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동남아와 국내증시 모두 외국인 매수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아시아에 대한 외국인의 부정적인 판단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태국 바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와의 통화가치 급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본 금융시장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외국인들이 한국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삼성전자를 매도하는 것도 삼성전자나 반도체 주식 전체를 나쁘게 보고 있는 것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경기 논란의 경우 메릴린치 반도체 보고서가 외국인 매도의 주원인으로 부상되고 있으나 이미 일주일 전의 보고서인데다 그 자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남철 마이에셋 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은 가격 및 수급논리에 의해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대전자, 현대건설, 대림산업등 저가주를 편입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실적논리에 의해 매도한다면 시장은 큰 폭의 하락도 불가피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남아 외환시장의 불안이 변수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으로 오히려 투자자금이 몰리는 기회를 제공해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반도체와 정보통신을 축으로 산업구조 개편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경제의 기본체질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승익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동남아 외환시장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한국과는 기본적인 상황이 다르므로 우려할만한 수준까지는 안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현재의 외국인매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과도한 포트폴리오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해되며 따라서 환율불안이나 펀드멘탈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인되지 않는한 심각한 상황으로까지는 비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내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이 매수규모를 줄이는것은 심리적으로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현 시장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