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SRE][Issue]홍콩H지수 연계 ELS, 커지는 불안

by지영의 기자
2023.11.17 07:21:46

홍콩H지수 ‘고점’ 1만대에 연결된 ELS
내년 상반기 ‘손실 구간’ 만기 물량 6조원대
홍콩 증시 부진 지속되면 ‘전액 원금손실’ 투자자 속출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투자업계가 홍콩H지수(HSCEI)를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1만을 넘어서며 고점을 기록하던 시기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물량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로 오는 2024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관련 ELS 금액 규모는 6조281억원에 달한다. 홍콩 증시가 반등하지 못하면 투자 원금을 날리는 투자자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4회 SRE에서 내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편입 ELS 6조원대 물량의 손실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회사채 시장에 미칠 위기 정도를 묻는 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 질문에 평균 3.33점이 나왔다. 직군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CA)들이 3.28점을 기록했다. 채권 브로커와 매니저, 연기금 공제회 등이 포함된 비CA 직군은 모두 평균 3.31점으로 CA 대비 우려가 소폭 더 높았다. 크레딧 업계 전반에서 홍콩H지수 관련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손실이 확정될 경우 회사채 시장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지속에 위축된 크레딧시장에는 부동산금융 손실 인식, 여전채 차환 및 한전채 만기도래 등 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 관련 거액 손실 문제가 더해지면 수급 불안이 더 높아지고 회사채 시장 변동성을 크게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파생상품 중 하나인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일까지 정해진 기준 아래로 하락(낙인·knock-in)하지 않으면 약정 수익과 이자를 지급한다. 그러나 기준가를 하회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전액 원금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현재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ELS의 대부분이 지난 2021년 설정된 물량들이라는 점이다. 2021년도 홍콩 H지수는 1만~1만2000선으로 치솟았다. 현재 하반기 중 H지수 흐름이 5800~6000선을 오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2021년 설정 물량의 대부분이 손실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ELS 설정 시점 기준치의 60~70% 수준을 회복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모양새다.

SRE자문위원은 “지난 2021년에 설정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노낙인 물량이 많다. 증권사들도 따로 대응 회의를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높지만 손실 규모 자체가 많이 클 수 있다는 우려 심리가 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SRE자문위원은 “투자자 손실이 확정돼 H지수 상품과 관련된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불거질 경우 시장에 다시 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홍콩H지수 관련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는 우려와 낙관이 엇갈렸다. 총 176명 가운데 91명(51.7%)이 ‘중화권 불안 심화로 하락이 지속돼 국내 크레딧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우려의 시선이 과반을 넘기며 더 높았던 반면 낙관론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증시 개선으로 추가 하락 및 국내 영향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는 응답에 42명(23.9%)이 표를 던졌다. 또 중국 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으로, 현 시점이 ELS 저점 매입 가능 구간이라는 응답자도 35명(19.9%)을 기록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홍콩H지수 관련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응답이 77명(43.8%)에달하는 셈이다. 불확실성이 높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5명(2.8%)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