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1.01.16 09:03:26
유방암 조기진단 및 치료 저해하는 ''치밀유방'', 유방촬영술 및 초음파 검사 병행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A씨(38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에서 유방 촬영술을 진행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A씨는 ‘치밀유방’이라는 소견을 듣고 나중에 유방암에 걸리는 게 아닌가 덜컥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치밀유방과 유방암, 어떤 상관관계를 지닐까.
치밀유방은 유방 조직 내에 유즙을 만들어내는 유선 조직의 양이 많고 촘촘하며 지방이 적은 상태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 여성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방 촬영 시 유선조직의 밀도 높은 부위가 하얗게 나와 판독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작은 결절이나 조기 유방암 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고밀도 유방일수록 유방암 발병률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 12월 30일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이번에도 유방암이 갑상선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유방암 발생자수는 2만3,547명으로 전체 여성 암 환자(11만5,080명)의 20.5% 비중을 보였으며, 갑상선암이 2만1,924명(19.1%), 대장암이 1만1,223명(9.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10여 년간 감소세를 보이는 위암, 대장암, 간암과 달리 유방암 발생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9만7,008명에 그쳤던 유방암 환자 수가 2019년에는 19만6,055명으로 무려 102.1%나 늘어났다.
유방암은 93.3%라는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치료 효율이 낮을 뿐 아니라 전이가 동반된 4기 유방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30%대 남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는 데 한계가 있다. 병변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유방과 겨드랑이에서 멍울이 만져지거나, 피부 변화가 생기고 통증이 나오는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치밀유방, 가족력, 비만, 여성호르몬제 복용 등 유방암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흔히 국가 건강검진에서 유방 X-ray 검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X-ray는 장비 특성상 미세석회로 발견되는 암을 찾아내는 데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유방조직이 밀집돼 있으면 X선이 투과하기 어려워 암이나 양성종양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밀유방을 가진 경우에는 유방초음파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방초음파는 방사선에 대한 노출 위험이 전혀 없고, 검사 민감도가 높아 X-ray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방암 병변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세란병원 외과 정홍규 과장은 “동양 여성에게서 흔하게 관찰되는 ‘치밀유방’은 그 자체로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치밀유방 소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단, 유방암 조기진단 및 치료를 저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발현한 뒤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을 발견한 사례에 비해 암의 기수가 높아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 후 생존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특히 40대 이상 여성은 전문의와 1~2년에 한 번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20대, 30대 여성이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BRC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예방 차원에서 유방촬영술, 초음파 등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기를 권한다”라며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 노출, 비만, 흡연, 경구피임약 복용 등을 피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