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상건 기자
2016.07.21 06:50: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동부그룹이 2013년부터 진행해온 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계열사와 자산 규모가 절반가량으로 줄면서 재계 순위 역시 10위권에서 40위권까지 밀려났다. 동부그룹이 모태인 건설업과 제조업의 핵심이었던 철강업을 떨쳐버리고 전자·금융업을 중심으로 재편에 나서고 있는 만큼 그룹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그룹의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준기 회장이 자본금 2400만원으로 직원 2명과 함께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미륭건설은 1973~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시장에 진출해 20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그룹의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이 외화를 바탕으로 동부그룹은 그룹 체계를 갖추게 된다.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를 인수한 뒤 1997년 동부하이텍을 설립했다.
물류와 농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2013년 총 자산 17조1000억원에 계열사 61개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17위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제조 부문 핵심기업들이 몇 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같은 해 11월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구 계획을 내놓게 된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상대로 추진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 당진발전소 패키지 매각에 무산되면서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의 방향마저 바뀌었다.
결국 동부그룹은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을 내줘야 했고 동부건설은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렸다. 동부제철은 현재 매각이 중단된 상태다. 동부그룹은 알짜 계열사 중 하나인 동부팜한농도 올해 4월 4245억원에 LG화학(051910)에 넘겨줬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 3월말 기준 총 자산은 8조2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계열사 역시 25개로 줄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건설을 매각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최근 2~3년간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며 “그룹이 건전성 확보에 매진하면서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골칫거리였던 계열사들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우울했던 그룹의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과거 건설과 철강업이 동부그룹의 비금융 사업의 주축이었다면 현재는 전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하이텍 등은 도드라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2013년 그룹에 편입된 후 영업이익 부분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한 때 아킬레스건이었던 동부하이텍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매각이 사실상 철회됐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1250억원, 당기순이익 1268억원을 나타냈다.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부(전 동부CNI)도 전자재료 사업 매각을 마무리하고 IT 사업에 주력하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동부그룹 금융 사업의 축인 동부화재(005830)도 올해 1분기 11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룹 재건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먼저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 앞서 동부대우전자는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재무구조 약정을 지키지 못할 뻔해 매각 위기에 몰렸지만 유상증자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부그룹은 FI에게 ‘인수 후 3년 이내에 동부대우전자 순자산 1800억원 이상 유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손순실을 기록하면서 순자산은 1758억원을 기록했다. 내년까지 동부대우전자를 기업공개(IPO)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동부그룹은 IPO에 실패하더라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매수하면 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채권은행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동부화재 역시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가 녹록지 않고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있는 등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 계열사중 전자 부문이 예상외로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국내외 변수로 다시 한번 흔들린다면 되돌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그룹 재건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