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들 "한은, 물가 핑계로 비둘기파 성향 강화"

by이정훈 기자
2010.04.02 09:10:01

"김중수 총재하에 더 소극적..3Q돼야 금리 올릴듯"
"생산·수출지표 한은 압박..물가 안정도 자신못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경제지표 호조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없을 것으로 전망했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면서 한국은행이 비둘기파적 성향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산과 수출지표 호조가 한은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에서는 앞으로 물가 안정세도 자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앞서 전날(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2.3%에 그쳤고 근원인플레는 전년동월대비 1.5%로 최근 4년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2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비수요가 견조하지만 가격 압박이 여전히 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이같은 물가 안정은 김중수 신임 총재 하에서의 한은으로 하여금 보다 더 비둘기파로 가도록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3월 집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되긴 하지만 전월대비 0.2%는 여전히 완만한 편이며 주택담보대출관련 규제 정책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도 "원화가 절상을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물가 압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데 앞으로도 원화는 점진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원 인플레는 단기적으로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런 물가 안정세로 한국은행은 강력한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4월 금통위에서는 동결이 확실시되고 2분기중에도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결국 7월에 첫 인상에 나설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소비자물가 하락추세와 부동산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글로벌 출구전략 공조를 내세우고 있는 이상 한은은 3분기 이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한은이 더이상 금리인상에 손놓고 있을 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맥쿼리는 "산업생산이 호조세를 이어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인플레 우려가 높아질 수 있고 설비 가동률도 이미 3년 평균치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며 "아직은 인플레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가동률 회복이 한국은행에게 긴축조치에 대한 압박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임 김중수 한은 총재 코멘트는 정부 압박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물가 안정보다는 일자리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확인시켰다"며 한은이 3분기부터 완화기조 조정에 나설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도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수출과 생산 증가세는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라며 물가가 2분기에도 이렇게 안정될지 자신하긴 어렵고 하반기에는 3%대 중반까지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