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6.03.09 08:51:56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금년 들어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가 여전히 진행형인 한편, 유로존 역시 3월 정책이사회에서 지난 해 12월 이후 두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일본 역시 조만간 통화정책 변경을 시사하고 있는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Great 3의(미국, 일본, 유로, 이하 G3)의 최근 일련의 변화 징후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이나 자산배분 등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점에서 이머징 금융시장 내 긴장감이 증폭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특히 미 연준 금리인상기조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의 유로존의 금리인상 지속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경험상 미국과 유로(독일), 일본 등이 동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시기는 글로벌 경제의 전형적인 경기확장국면이었고, 이후 글로벌 경제는 전형적인 경기침체를 겪곤 했다. 물론 현 금리인상의 성격이나 배경 등이 과거와는 차이가 있지만, G3의 동시적 금리인상이나 통화정책 동조화는 과거 역사적 경험에 근거할 때, 현재 평가에 비해 미래 기대에 집중하고 있는 금융시장 입장에서 분명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G3 통화정책의 향배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G3 중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경우 여전히 기존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곧 여타 지역의 금리인상기조를 지속시키거나 통화정책 변화를 야기시킬 수 있는 점에서 그 향방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 해 4분기와 달리 금년 1분기 들어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는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정당화시키고 있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가 금융시장의 당초 예상보다 더욱 연장될 가능성 마저 높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가 상반기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초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그것이다.
물론 선제적 대응에 이어 경제지표 추이에 따른 추수적 대응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하고 있는 미 연준 입장에서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그 정책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의 펀더멘털 여건을 고려할 때, 당초 시장 기대(5월 중 금리인상기조 종결) 보다 금리인상기조가 연장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지난 해 4분기에 비해 크게 호전되고, 이에 따라 미 연준의 정책대응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로와 일본 정책당국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나 통화정책 변화에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존 중앙은행인 ECB는 지난 해 12월에 이어 금번 3월 중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 정책금리를 2.5%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두 차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 호전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이유로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점이다. 이는 결국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5월까지 미 연준의 태도에 따라 ECB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으로 추정컨대, 미 연방기금금리가 5.0%까지 인상될 경우 ECB 정책금리는 적어도 2.75%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 차례 정도의 추가인상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그 시기는 6월 정도로 예상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 유로존 경제의 경우 수출에 비해 내수 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물가상승압력도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다분히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역시 정책금리 인상에 앞서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의 변경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의 일차적인 변화는 3~4월 중 예상되고 있다. 핵심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3개월 연속 디플레이션 탈피 조짐을 보이고 있고, 내수 주도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 그러하다. 지속된 제로금리 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유동성을 공급해 온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는 분명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3~4월 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궁극적으로 조기 금리인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양적완화 정책을 일차적으로 철회하고 이후 경기 및 물가 상황에 따라 실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폭이지만 섣부른 금리인상이 대출감소폭을 확대하고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지난 2000년 중반의 경험은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금리인상 결정을 극도로 신중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러한 실제적인 변화는 빨라도 2006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할 수 있겠다.
이상을 종합할 때, 미국에 이어 유로존과 일본 역시 통화정책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채권시장에는 다소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G3 채권시장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 및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장기금리 상승이 동반되는 과정 속에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수익률 곡선이 상향이동하는 Bear Flattening 현상이 뚜렷하게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Bear Flattening 현상은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먼저 시작이 됐고,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한편, 유로와 일본도 그러한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G3. 특히 미국과 유로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정책금리 인상과 장기금리 상승이 동반되는 Bear Flattening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채권시장의 경우 정책금리와 장기금리(국채10년 금리)의 역전이 대부분 경기침체로 이어졌는데, 최근 미국 채권시장 내 장기영역의 금리상승 징후는 정책금리와 장기금리의 역전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 인상기조가 하반기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유로존의 추가 금리인상과 일본의 제로금리 철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선진국 채권시장의 경우 현 긍정적 경제 펀더멘털과 이에 따른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로 당분간 약세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G3의 장단기금리 동반 상승기조 하의 Bear Flattening 현상은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될 시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차적으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기조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2/4분기 중반까지 글로벌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만약 일부의 우려와 같이 2/4분기 중반 이후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가 지속된다면, 이는 여타 선진국의 동반 금리인상 가능성과 결부되며 그만큼 글로벌 채권시장의 약세 흐름을 연장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다.
대내적으로 뚜렷한 강세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도 당분간 선진국 채권시장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 해 하반기 이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상승세를 나타낸 점이 그나마 금리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우호적인 해외 채권시장 여건까지 가세하며 당분간 추가적인 강세 전환, 즉 금리 하락 모멘텀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통화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미 연준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대내외적으로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