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때이른 외환거래 정상화가 남긴 것

by손동영 기자
2000.08.29 11:06:28

은행간 투기적 거래가 일부 재개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다시 10~20전의 좁은 범위에 갇히는 답답한 흐름으로 되돌아왔다. 딜러들은 "환율이 움직이지않아 투기거래를 자제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실제론 거래를 하지않을 때 환율이 움직이고 거래에 참여하면 환율이 고정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있다. ◇은행간 거래 재개의 이유 전날 환율변동폭이 갑자기 2.30원으로 확대되고 종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자 은행딜러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환율이 크게 움직일 때 "합의"를 따르느라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딜러들은 당초 29일 오찬을 함께 하며 거래재개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개장초부터 일부 은행이 투기적 거래에 나섰다. 3일간 집단행동을 통해 위력을 과시했지만 오찬을 불과 2시간30분 남겨두고 결의는 흐지부지됐다. ◇거래재개 이후의 외환시장 은행간 거래가 중단된 이후 거래량은 24일 12억3760만달러, 25일 4억1320만달러, 28일 6억818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달들어 하루평균 20억달러 정도였던 거래량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 환율도 거래자제 당일인 24일과 25일이 같았다.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28일 마감을 앞두고 기업들의 네고물량이 쏟아지면서 환율이 1111원대로 급락했다. 은행간 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당국의 보이지않는 개입도 나타나지않았다. 정작 은행간 거래가 일부 재개된 29일엔 환율이 아래위 50전의 좁은 범위에 다시 묶였다. 개장초 네고물량으로 1111.5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기업 결제수요가 들어오면서 1112.20원까지 반등하기도했다. 이후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약간 높은 1112원을 중심으로 한 보합권에 머물러있다. 거래량은 많지않지만 은행들의 투기적 거래가 다시 환율이 변동성을 극도로 억제하는 양상이다. 은행간 거래가 환율안정을 주도하는 셈이다. ◇당국의 개입이 문제인가 당초 딜러들이 은행간 거래를 자제하겠다면서 내세운 명분은 "당국의 개입"이었다. 외환시장의 절묘한 달러수급균형은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이 때문에 환율이 움직이지않는다는게 골자였다. 그러나 환율은 지난 28일 절묘한 수급균형이 깨지며 급락했다. 일부 딜러들은 "당국이 개입하지않아 환율이 크게 움직였다"고 주장했고 다른 딜러들은 "일부 외국계 은행이 은행간 거래 자제합의 를 깨고 막판 달러매도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며 내부 분열을 탓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를 하지않은 은행들만 손해를 봤다는 피해의식도 29일의 거래재개에 한몫했다. 29일 딜러들은 예정보다 일찍 은행간 거래에 나섰고 다시 "당국이 아래쪽을 막고있을 것"이라며 좁은 범위의 거래에 빠져들었다. 8월내내 보여줬던대로 10~20전 차익만 바라보며 움직이는 양상이 반복되고있다. 달러/엔 환율 하락세, 현대증권등 외자유치, 큰 규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수지 흑자등 다양한 환율하락요인을 나열하면서도 실제론 당국의 개입을 거론하며 환율의 변동성이 억제될 것으로 지레짐작하고있다. 11시5분 현재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0전 높은 1112.10원을 나타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