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살아남으려면 평생 공부해야…메타버스는 시간 필요"

by김현아 기자
2024.03.21 07:11:33

[만났습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인터뷰
AI는 타이밍과 규모가 관건..“생산성 형상과 새로운 재미”
메타버스는 애플 비전프로로 가능성 확인..약간 관망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장병규 의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평생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발전하면 ‘노 코드(No Code·복잡한 코딩 없이 클릭 등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가 가능하니 교육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란 일각의 주장과 결이 다르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도 레이어(층)가 있다. 정말 훌륭한 엔지니어는 아래 레이어까지 이해한다. 고급 언어인 파이썬을 사용한다고 해도 랭귀지, 운영 체제, 하드웨어에 이르는 레이어까지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초가 튼튼하고 이해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차별화될 것이다. 딥러닝 나왔다고 대학교육이 필요없다고 하는 건 이상하다. 다만 대학에서 과제를 내 줄 때 챗GPT를 허용하는 것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장 의장의 이같은 주장은 AI가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오는 양날의 칼이지만 동시에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AI는 본질적으로 도구다. 새로운 도구가 탄생하면 무조건 인류는 받아들이지 않았나”라면서 “한국 산업이 조금 더 빨리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도 언급했다.

장 의장은 다만 AI에 대한 투자 규모와 시점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리얼 엔진(에픽게임즈의 게임 엔진)이 없으면 게임 업계는 안돌아가지만, 게임 엔진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나”라면서 “딥러닝도 마찬가지다.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데 샘 올트먼(오픈AI CEO)은 몇천 조 얘기를 한다. 이런 원천 기술은 정부가 고민해서 강한 투자를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크래프톤은 LLM을 개발하지는 않지만 게임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자체 소형언어모델(sLLM) 개발에 대한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AI가 적용될 게임 분야를 꼽으라면 하나는 게임 제작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재미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재미 측면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AI와 잘 공존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바둑을 꼽았다. 최근 바둑 프로그램을 볼 때 AI가 예측한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장 의장은 “알파고가 나온 뒤 바둑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유튜브 바둑 중계 우측 상단에 바가 나오는데, 백과 흑이 몇 집 이기고 승률이 몇 퍼센트인지 보여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훨씬 재밌다. AI가 나와서 바둑 업계가 위기라는 얘기도 있지만 참 잘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생각을 정리할 때 제미나이나 챗GPT에 막 묻는다. 말도 안 되는 대답도 하지만 그렇다”라면서 “내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쓴다”고도 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시기 조절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엔 기기가 좋아져야 한다. 애플 비전 프로 덕분에 (메타버스가)언젠가는 온다는 게 명확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가격대나 컴퓨팅 파워에 문제가 있어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