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여백에서 더현대까지… 여의도 상권 변천사

by김무연 기자
2021.03.13 11:00:00

여의도백화점 1983년 개장… 부도 후 종합상가로 변모
63빌딩, 국내 최초 아이맥스 극장 갖춘 복합쇼핑 상권
IFC몰, 쇼핑 불모지 여의도에 첫 ‘몰’ 형태 쇼핑타운
지난달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 개장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대한민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은 자타공인 여의도다. 동여의도에서는 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몰려있고 자산운용사도 상당수 자리릍 틀고 있다. 서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이 위치해 대한민국의 입법을 총괄한다.

여의도는 주중에는 넘쳐나는 직장인들로 식당과 술집에 자리를 찾기 어렵다. 다만 회사들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그야말로 섬 전체가 텅텅 빈다. 실제로 여의도에서 운영하는 식당 대부분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영업을 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이런 특색과 맞물려 여의도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운영하기엔 부적절한 장소로 평가받는다.

여의도백화점(사진=네이버 지도)
대표적인 사례가 1983년 개장한 여의도백화점이다.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여의도백화점은 여의도에 처음 들어선 백화점이다. 개점 당시 여의도백화점은 7500평 규모에 문화센터, 화랑, 전시관 등도 갖춘 최신식 쇼핑시설이었다.

하지만 1985년 3월 여의도백화점은 영업적자와 건설 당시 무리하게 졌던 부채로 부도가 난다. 여의도백화점은 매각 등의 대책을 추진하였으나 큰 성과 없었고 결국 채권단과의 합의를 거쳐 같은 해 9월 재개장했다. 다만 개장으로부터 8개월도 안 지난 1986년 5월 또 부도가 났다.

이에 따라 각 임대업주들은 인수 업체를 물색하는 한편 층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체적으로 브랜드 직영점을 유치하는 등의 판촉 활동을 벌였다. 건물 내에서 임대업주들의 영업은 이뤄지긴 했지만 사실상 백화점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결국 여의도백화점은 다양한 상가들이 입점한 종합상가가 됐고, 현재는 건물 외벽에 ‘맨하탄빌딩’이란 간판을 붙여 백화점의 색채를 지웠다. 다만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해당 공간은 여전히 여의도백화점의 줄임말인 ‘여백’으로 불리며 점심, 저녁 시간 직장인들의 주요 식당가로 인식되고 있다.



1985년 완공된 63빌딩은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관광지이자 주요 상권으로 활약했다. 당시로서는 여의도 지역에서 유일하게 극장, 대형서점, 패스트푸드점, 대형뷔페식당 등을 영업하는 곳이 63빌딩 뿐이었다.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가 가장 먼저 둥지를 튼 곳이 63빌딩이고 국내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관도 63빌딩에 있었다. 한때 한화갤러리아 시내면세점도 운영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사전 오픈한 ‘더현대 서울’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2012년 여의도에 최신식 쇼핑몰인 IFC몰이 들어서면서 여의도 상권은 다시 한 번 들썩이게 된다. IFC몰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건설된 국제금융센터이자 서울에서 세 번째로 건설된 금융센터인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위치한 쇼핑몰로 지하 1~3층으로 구성됐다. 여의도역과도 지하로 연결된데다 버스 정류장도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지하 1~2층은 자라, 유니클로 등 주로 의류 매장이 위치해있고 지하 3층에는 다양한 식당과 영화관 CGV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하 3층 식당가는 평일 점심 몰려드는 직장인들로 대부분 가게에서 입장을 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등 북새통을 이룬다. 다만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방문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2021년 현대백화점그룹은 쇼핑 불모지라 불리는 여의도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26일 정식 개장한 ‘더현대 서울’은 서울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화점이다. 기존 백화점이 갖고 있던 1층은 명품 등 구성의 틀을 깬 것은 물론 공간의 절반 가량을 쇼핑이 아닌 휴게 장소로 꾸며 ‘힐링’의 역할을 강조했다. 백화점이지만 ‘백화점’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의 금기라 여겼던 점 유리창도 과감히 설치했다. 기존 백화점은 고객들이 쇼핑에만 집중하도록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내부 유리창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천장을 유리로 제작했고 1층까지 건물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는 건축 기법(보이드)을 활용해 지하를 제외한 전 층에서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의 파격적인 시도는 주말 공동화 현상이 강한 여의도에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다. 개장 첫 주말에만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나치게 사람이 몰리자 현대백화점은 3월 주말 동안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