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부족 전방위 확산…美·대만 손 잡았다(종합)

by이정훈 기자
2021.02.06 10:38:19

바이든 행정부 첫 대만과 고위급 경제대화 회상 개최
TSMC "양국 상호의존", 美재계 "감사"…구체내용 함구
반도체 공급망 개선 및 R&D·인재육성 등 협력 강화
美재계, TPP 조기 복귀 요구…양국 FTA 체결도 요청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국과 대만 정부 간 고위급 경제회담에서 양 측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 측에 조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하거나 미국과 대만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맷 머레이 미국 국무부 무역정책협상 부차관보와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이 고위급 경제회담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퀄컴과 재계 단체들 참석했고, 대만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TSMC와 미디어텍 등의 고위 간부 등 100여명이 배석했다.

그동안 중국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져왔던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하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과의 경제대화로 신설해 지난해 11월 워싱턴DC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당시 반도체와 5세대(5G) 통신규격 등 7개 항목에 대해,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탈피와 대만의 새로운 안전 보장 등을 위한 공조 등을 주로 논의했다. 바이든 정부에서의 첫 대화의 주제는 반도체였다.



이 자리에 양 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반도체를 주제로 공급망을 새롭게 재구축하는 등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미국 기업과 산업계 단체들은 이를 위해 미국 정부가 조기에 TPP에 복귀하거나 미국과 대만 간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대만도 TPP에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미국과의 경제대화 직후 기자들과 만난 왕 메이화 장관은 최근 가장 심각한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 문제에 대해 “상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미국 측과의 협력에 대해) 미국 정부와 미 자동차 업계의 단체로부터 `깊이 감사한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대만 측의 협조를 시사한 것이지만, 왕 장관은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날 대화에서 TSMC 간부가 “미국과 대만은 (반도체 등 많은 분야에서)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일제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독일,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대만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대만은 이날 향후 반도체 부족 등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시급하게 재정비하는 한편 반도체분야에서의 연구 개발이나 인재 육성, 지적 재산권 보호에서도 협력해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최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스마트폰용 칩 역시 수요에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컴퓨터와 자동차, 인터넷 연결 기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주문은 급증하는데, 이 생산의 대부분이 아시아의 몇몇 기업들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다며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