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유 기자
2019.11.02 10:44:08
KBS서 드라마화, 김소현 등 주연 캐스팅
암울한 ‘광해군 시대’ 로맨틱 코미디
수묵화풍 작화 눈길, 섬세한 표현 호응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000년대 들어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왕의 남자’, ‘커피프린스’ 등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전형적인 성의 역할을 뒤바꾸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인기를 모았다. 이 같은 콘텐츠의 유행은 시대에 따라 또 바뀌기 마련이다. 우리 만화·영화·드라마는 최근 더 신선하고 차별적인 소재를 통해 발전·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녹두전’은 이 같은 측면에서 볼때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가미된 수작이다. 남장여자가 아닌 ‘여장남자’, 현대물이 아닌 ‘조선시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전’의 주인공은 여장남자(심지어 과부 행새다) ‘녹두’다. 장가가기 싫어 도망을 친 녹두와 기생이 되기 싫어 도망을 다니는 여주인공 ‘동주’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망자 신세인 이들은 모녀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초반부는 대놓고 코미디를 표방한다. 두 주인공의 첫만남서부터 유머러스하게 시작된다. 그렇다고 깃털처럼 가볍지도 않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중간중간 무게감을 주는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다.
배경은 선조~광해군 시대다. 기본적으로 암울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배경이다. 하지만 ‘녹두전’의 흐름은 너무나 경쾌하다. 배경과 주인공들의 행동이 상반될 정도로 대조를 이룬다. 이런 간극이 캐릭터들의 입체성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배경에 함몰되지 않고 캐릭터의 힘으로 내용을 이끄는 모습이다. 초반부엔 좀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시작하지만 중후반부로 가면 스토리가 점점 빠르게 진행되면서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인 녹두와 동주의 케미(화학적 결합)에 매력을 느낀다.
작화도 이 웹툰의 매력 중 하나다. 간결함을 극대화해 수묵화풍의 느낌을 준다. 컷마다 여백의 미를 적절히 살리면서 작화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전반적으로 한국적인 선의 미학을 살리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 색도 포인트를 줘 적절히 사용해 집중도를 높인다. 기성 만화들보다 작화가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독특하고 차별화한 작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녹두전’은 그간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한 작품이다. ‘한줌 물망초’, ‘미호이야기’ 등에서 개성 있으면서 따뜻한 작화로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던 혜진양 작가의 세번째 작품이다. 지난 9월30일부터 KBS에서 드라마화도 됐다. 동명의 드라마는 녹두에 배우 장동윤씨, 동주에 김소현씨가 캐스팅돼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