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텃밭 뺏긴 충청권 한국당 의원들 '사면초가'

by박진환 기자
2018.06.16 09:17:29

민주당 충청권 광역·기초단체에 지방의회까지 ‘싹쓸이’
보수텃밭인 대전 원도심과 충남·충북까지 파란 물결로
이완구·정진석·정우택·경대수 등 한국당 중진들도 위기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뺏긴 야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단 한번도 뺏기지 않았던 충청권 내 대표적인 보수텃밭마저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이명수(충남 아산갑)·정우택(충북 청주 상당)·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등 자유한국당 내 중진의원들은 물론 이장우(대전 동구)·정용기(대전 대덕구)·이은권(대전 중구)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까지 차기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6.13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15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을 참배하고 방명록을 남긴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전시장과 세종시장, 충북지사와 충남지사 등 4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차지했다.

여기에 대전의 5개 자치구 구청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고, 충남의 15개 시·군 중 홍성과 예산, 보령, 서천 등 4곳을 제외한 11개 시·군의 기초단체장까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충북도 청주시를 중심으로 진천, 증평, 음성, 제천, 옥천, 괴산 등 11개 시·군 중 7개 시·군의 기초단체장을 민주당이 챙겼다.

광역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넘어 사실상 1당 체제를 굳혔다. 대전시의회의 경우 지역구 19석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했고, 비례대표 3석 중 2석까지 가져가면서 전체 22석 중 21석을 민주당 의원들로 채웠다.

그간 보수정당이 단 한번도 뺏기지 않았던 충남도의회도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등극했다. 충남도의회 42석 중 민주당이 33석(비례 2석 포함), 자유한국당 8석(비례 1석), 정의당 1석(비례) 등으로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다.

충북도의회 역시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29석 중 26석을 석권했고, 한국당은 3석 배출에 그쳤다.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치명적인 참패를 당하면서 당장 2년 후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간 단 한번도 진보진영에 내주지 않았던 보수텃밭마저 민주당에 내주면서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정치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 중구 대흥동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병역기피 의혹 검증·제보센터’ 현판식에서 한국당 관계자들이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병역 면제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허 후보의 군 면제 사유인 발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 두번째부터 이장우 국회의원(대전 동구), 이은권 국회의원(대전 중구).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은 대전시장을 포함해 5개 자치구 구청장과 광역의회 의원까지 선출직 모두를 민주당이 독식했다.

민선 4기 대전시장을 역임하는 등 인지도 면에서 가장 우위를 점했던 박성효 한국당 대전시장 후보가 32.1% 득표에 그친 반면 유성구청장을 지낸 허태정 민주당 후보는 56.4%로 당선됐다.

자치구별로도 동구 민주당 황인호 후보 52.2%대 한국당 성선제 후보 24.3%, 중구 민주당 박용갑 후보 65.1%대 한국당 정하길 후보 27.8%, 서구 민주당 장종태 후보 66.5%대 한국당 조성천 후보 25.4%, 유성구 민주당 정용래 후보 63.3%대 한국당 권영진 후보 22.6%, 대덕구 민주당 박정현 후보 57.9%대 한국당 박수범 후보 42.1% 등으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들이 석권했다.

이 가운데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인 동구와 중구, 대덕구 등 전통적으로 대전의 보수적인 지역들이 모두 한국당에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이장우(대전 동구)·이은권(대전 중구)·정용기(대전 대덕구) 등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벌써부터 21대 총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충남과 충북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종필(JP)가 창당한 자민련부터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그간 단 한번도 진보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던 농어촌 유권자들까지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다.

한국당 중진인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이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충남 공주와 부여, 청양, 금산, 논산, 계룡 등 충남지역 11개 시·군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대부분이 한국당을 외면했다.

한국당 이명수 의원의 지역구인 아산도 아산시장을 비롯해 광역의원 4석 모두와 기초의원 14석 중 9석을 민주당에 뺏기면서 사실상 참패했다.

한국당 차기 당 대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정우택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도 민주당이 대부분 석권했다.

경대수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진천·음성·증평도 한국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완패했고, 박덕흠 의원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옥천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정치권 인사들은 “그간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보수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민심을 살피기 보다는 당심만 고려했던 것이 현실이었다”면서 “이제 한국당을 중심으로 야권발 정계개편이 시작되면 충청권 의원들이 가장 먼저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