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석 기자
2016.01.13 07:48:06
“흡연·음주가 뇌출혈 발병 원인인지 증명 안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뇌출혈 진단을 받은 공무원에게 흡연과 음주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장해연금을 감액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이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중과실을 적용해 장해급여액을 감액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상수도사업소 배수지 운영관리원으로 근무했던 이씨는 2003년 5월 업무를 마치고 관사에서 샤워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이씨는 이후 2006년까지 공무상요양승인을 받았다.
사건 후 이씨는 혼자서 계단을 오르지도 못했고 왼손으로는 종이도 잡기 어려워졌다.
이씨는 2014년 명예퇴직을 하면서 장해연금을 신청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과거병력으로 고혈압이 있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았고 흡연과 음주를 했다”며 중과실을 적용해 장해연금액을 절반으로 줄이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법원은 흡연과 음주가 뇌출혈의 발병 또는 악화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없다면 이를 이유로 장해연금액을 줄이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김 판사는 “2002년 고혈압 의심소견을 받기는 했으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모두 정상범위에 있었고 흡연·음주에 관한 주의 또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이씨의 흡연 및 음주가 뇌출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며 장해연금액을 정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