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승기] ‘옵션 끝판왕 더 뉴 K9 퀀텀’
by조영훈 기자
2015.02.14 09:10:07
[데스크 시승기] ‘옵션 끝판왕 더 뉴 K9 퀀텀’
조영훈 이데일리 산업부장 겸 부국장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신경 쓰는 라인이 플래그십이다. 메이커의 철학과 기술력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벤츠가 S클래스를 넘어서는 마이바흐를 플래그십으로 추가한 것은 매우 상징성이 높다. 최고의 기술력과 쾌적함, 완성도를 모두 보여준 전략이다. 마이바흐는 과거 극소수를 위한 수제 메이커에서 이제는 세계 최고의 양산차 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래그십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확보했다.
국산차 가운데 플래그십은 누가 뭐래도 에쿠스 리무진이다. 5.4미터의 초대형에 5038cc V8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416마력의 힘과 52.0kg.m의 토크를 갖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오피니언 리더들의 차량으로 자리잡았다. 에쿠스가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차라면 에쿠스 리무진은 프레지던트(회장)의 차라는 얘기다.
현대차의 쌍둥이 동생 기아차가 자사의 프리스티지 라인인 ‘K9’에 에쿠스 리무진에나 얹는 5000cc 타우 V8 엔진을 얹고 ‘퀀텀’이라는 별칭을 붙여 플래그십을 내놓았다. 425마력으로 에쿠스 리무진보다 힘은 더 좋다. 과연 어떤 속내가 담겨있을까.
| 기아자동차 플레그쉽 모델 ‘K9 QUANTUM’ (사진=조영훈 기자, SONY RX1R 35mm f2.0(Ze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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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에도 플래그십이 나왔다
K9은 당초 출시될 당시 3300cc와 3800cc 두가지 모델로 나왔다. 즉 CEO를 위한 라인이라기 보다는 차석자를 위한 차량이었던 셈이다. K9은 차체 길이가 5.095m로 에쿠스의 5.16m보다는 6.5㎝가 짧다. 사실상 거의 같은 크기의 모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출시 당시부터 CEO를 위한 차량으로 각인된 에쿠스에 비해서는 한 등급 낮은 차량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기업체 의전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의 경우 CEO가 에쿠스 3800cc를 타고, 차석 및 그 다음 임원들은 다른 차종 3000~3300cc의 차량을 타는 것이 관례다. 처음부터 K9은 차석자를 위한 차량으로 인식되고 보급됐다.
그렇다면 뒤늦게 ‘고성능으로 무장한 K9’이 등장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향후 기아차가 좀더 높은 등급의 진정한 CEO를 위한 차량을 내놓을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K9 수준의 옵션과 성능 갖추려면 1억원 넘겨야
K9 퀀텀 시승차량에 앉은 순간 옵션을 파악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 트렁크 및 도어는 기본이며 전자식 변속레버(원터치 파킹)·급제동경보시스템·차세대크루즈콘트롤(ASCC)·차선이탈경보장치·사이드미러충돌경보장치·개별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9.2인치초대형내비게이션·헤드업디스플레이·주차용 서라운드카메라·하이빔 어시스트까지 모두 갖췄다. 현존하는 자동차의 모든 옵션이 무인자동차를 제외한다면 다 갖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첨단 운전 기능은 그야말로 운전자를 위한 최고의 사양인 셈이다. 계기판을 비롯해 심지어 기어봉 하나까지도 항공기 조종석을 닮았다. 그야말로 플래그십이다. 에쿠스를 포함한 수입차에서 이 정도 옵션을 갖출려면 최소한 1억원을 훌쩍 넘겨야 가능하다. 오디오도 렉시콘의 17개 스피커를 갖춘 프리미엄 사운드로 평균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퀀텀의 가격은 K9 기본형에 해당하는 3.3 프레스티지의 4990만원에 비해 72% 비싼 8620만원이다. 하지만 같은 사양의 독일 3사와 에쿠스의 가격은 모두 1억원을 넘어선다 .
| 기아자동차 플레그쉽 모델 ‘K9 QUANTUM’ (사진=조영훈 기자, SONY RX1R 35mm f2.0(Ze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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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플레그쉽 모델 ‘K9 QUANTUM’ (사진=조영훈 기자, SONY RX1R 35mm f2.0(Ze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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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cc 타우 엔진으로 무장... ‘대형 스포츠카’ 성능 갖춰
이 차를 처음 타본 순간 엑셀레이터의 가벼움에 깜짝 놀랐다. 같은 엔진을 얹은 에쿠스 리무진의 공차중량이 2145kg인 감안하면 2104kg으로 더 가볍고 출력도 9마력 정도 더 높다. 원터치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초기 순발력을 높여 설계한 BMW 스포츠 모델 차량에서나 느낄 수 있는 G포스가 느껴진다. 뒷좌석에서 운전자 몸을 ‘확’ 끌어당기는 그 느낌이다. 코너링을 비롯해 달리고 서는 성능도 모두 플래그십답게 단단하다. 무엇보다 하체에서 느껴지는 물렁함이 없어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급발진과 급가속을 계속하며 서울 시내를 비롯해 고속화 도로를 달려봤다. 성능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뒷좌석도 플래그십 모델로 합격점
뒷자리 상석에도 탑승했다. 승차감이야 이미 검증이 된 수준이므로 다른 옵션들을 살펴보자. 뒷좌석 두 군데 모두 9.2인치 대형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부터 DMB 및 차량 콘트롤 상황을 모니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암레스트를 통해 뒷좌석의 모든 세팅을 원터치로 해결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옵션은 뒷좌석을 조절해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처럼 간이 침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수석 뒤에는 원터치로 작동하는 발받이가 있고, 좌석도 상당한 넓이로 눕혀 편안한 자세로 취침을 할 수 있다. 다른 경쟁차종에 이 같은 옵션이 들어가려면 최고급 사양에서나 가능하다. 이 역시 1억원을 훨씬 넘기는 차량에만 있는 옵션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안마기능까지 추가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정도다.
| 기아자동차 플레그쉽 모델 ‘K9 QUANTUM’ (사진=조영훈 기자, SONY RX1R 35mm f2.0(Ze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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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SOHO) 및 중소기업 CEO를 위한 최고의 선택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은 우리 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 뉴 K9 퀀텀’은 성공한 소호 사업가나 중소기업 오너들에게 가장 적합한 차량으로 보인다. 남들 눈치를 보면서 최고급 옵션과 사양을 갖추려면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는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차량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항상 옵션에 부족함이 있다. 평일에는 기사가 운전하면 된다지만 중소기업 특성상 주말에는 CEO 스스로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스포츠카처럼 달려야 할 일이 있기도 하다.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 이 차가 최적의 선택이다. 실연비가 좋지 않아 유류대금이 많이 들 수 있지만 회사 차량의 경우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한 중소기업 오너들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
| 기아자동차 플레그쉽 모델 ‘K9 QUANTUM’ (사진=조영훈 기자, SONY RX1R 35mm f2.0(Ze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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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플래그십의 미래
이 차는 기아차 플래그십의 미래를 보여준다. 경쟁사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모델이 나왔지만 현실은 어정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이지만 1인자를 위한 차보다는 2인자를 위한 차로 팔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몇 가지를 개선한다면 새로운 승부처가 될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을 실현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3000cc대 터보차량으로 이 정도의 성능을 갖춰준다면 부사장 및 전무 등 기업 차석자들의 인기를 끌 수도 있다. 아니면 조금 더 사이즈를 키워 ‘K10’을 만들면 어떨까. 맞형인 현대차를 비롯해 독일 3사 차량과도 승부수를 던지겠다면 가능한 선택이다.
역발상으로 오너드라이버를 위해 K7과 K9 사이에 쿠페형 모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예를 들면 ‘K8’처럼. 당장 아쉽고 부족한 점이 있지만 ‘더 뉴 K9 퀀텀’의 미래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기아차는 패밀리룩을 처음 도입했던 K5의 리뉴얼 모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순차적으로 K7과 K9의 디자인도 새롭게 바뀔 것이다. 새로운 K9의 미래는 ‘올 뉴 K9’이 나올 때 본격화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