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범블비` 카마로, 심장까지 들썩 '한판 붙어봐`

by김보리 기자
2011.01.16 12:00:00

5세대 카마로..포드 머스탱 제치고 스포츠카 1위
핸들링 묵직..엔진음에 운전 재미 배가
한국 들어올 LT트림..312마력,278 토크

[미국 로스엔젤레스 =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오리발 마크로 대표되던 GM대우가 올해 칼을 뽑아들었다. 올해 출시하는 차종만 8종. 역대 최대 수준이다. 
 
90년대 초만해도 '누비라' '라노스' '레간자'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20% 웃돌던 GM대우. 현재 10%언저리를 맴도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각오다.

GM대우는 오는 3월부터 기존 대우 브랜드 대신 시보레 브랜드를 전면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는 변신의 신호탄으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오토봇의 주인공인 '범블비'로 더 잘 알려진 카마로를 선택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영화 속 주인공의 그 차, 카마로를 타고 퍼시픽 하이웨이를 지나 말리부 해변을 달렸다.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해변 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줄줄이 늘어선 카마로 차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5세대 카마로는 지난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출시된 이후, 취재진과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한달 만에 양산이 결정될 정도로 따끈따끈한 디자인의 모델이다.
 

▲ 5세대 카마로
도로에 딱 붙은 듯한 낮은 차체와 긴 후드, 강렬한 디자인의 리어휀더 디자인으로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로스엔젤레스 거리에서 조차 카마로가 지나가면 누구나 한번쯤은 뒤돌아 본다.

1967년 머스탱보다 2년 늦게 출시된 카마로는 포드 머스탱과 함께 '포니카'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카마로는 출시 첫 3년간 70만대에 가까운 판매를 올리며 시보레의 젊은 이미지를 만드는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엔진소형화와 일본 스포츠카에 밀려 지난 2002년 단종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2009년 복귀한 5세대 카마로는 지난해 머스탱을 누르고 '북미시장 스포츠카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또 한국인 이상엽씨가 GM 디자이너로 있을 때 디자인한 차로 한국 시장에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5세대 카마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통과 미래의 조화'로 1967년 탄생한 1세대를 모티브로 개성있는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곳곳에 가미했다. 카마로는 독특한 디자인을 호평 받아 뉴욕모터쇼에서 '2010 올해의 월드 디자인'을 수상한 바 있다.

전장은 4836mm, 전폭은 1918mm로 쉽게 알페온과 비교하면 길이는 10cm짧지만, 넓이는 5cm이상 길다. 차체가 옆으로 길기 때문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옆모습 역시 사이드 중앙을 이등분하며 시원스럽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도어 뒤에 위치한 에어벤트가 인상적이다.

특히 바퀴는 하위 트림인 LS에 18인치를 기본으로 SS모델에는 20인치를 탑재했다. 머스탱 보다 큰 바퀴 사이즈로 차체와 바퀴가 빈틈없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이 차의 안정감을 배가시킨다.

카마로의 경쟁상대는 닷지 챌린저, 포드 머스탱, 닛산 370Z. 외관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개성을 원한다면 카마로라고 입을 모은다.



말리부 해변을 달린 모델은 고성능의 SS에 자동변속기를 얹은 차량.



카마로의 트림은 3.6L V형 6기통 엔진을 탑재한 LS,LT와 고성능 모델의 6.2L V형 8기통 심장을 단 SS모델 세가지다.

국내에는 맨 하위 트림이 LS보다 LT급 모델이 자동변속기를 엊고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LT모델은 312마력에 278토크를 기록한다. 페들쉬프트로 운전대에서도 기어 변속이 편리했다.

SS모델은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루면 410마력, 수동변속기를 단 모델은 426마력을 뽐낸다.

공차 중량은 1.7톤 정도로 머스탱 보다는 무겁지만 닷지 보다는 가벼운 수준이다. 공인연비는 시내주행 18mpg, 고속도로 290mpg. (mpg는 1갤런당 주행마일) 평균연비로 계산하면 리터 당 9.2km정도로 육중한 근육형의 차체를 감안하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 카마로 내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다. GM대우가 말하는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좌우 대칭으로 설계해 운전자 중심의 듀얼 콕핏' 디자인은 여기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인테리어의 백미는 변속기 앞에 4칸의 반듯한 네모 모양의 오일압력·오일온도·배터리전압·변속기오일온도 등을 보여주는 창으로 이는 1세대 카마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것.

다만, 앞유리의 세로폭이 짧아 상대적으로 운전대 높이가 높게 느껴졌다. 미국인보다 평균 신장이 작은 한국인들은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 보였다. 시야는 조금 좁은 편이지만, 운전에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또 데쉬보드에 여유 공간이 없어 내비게이션을 장착할 자리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GM은 이 부분을 버튼 하나만 누르면 GM상담원이 직접 나와 길안내부터 어떤 심부름까지 척척 해결이 가능한 '온스타'를 사용하고 있다. 온스타는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 단점.

시동을 켜자 경쾌하면서도 힘있는 엔진음에 심장까지 들썩거렸다. 역동성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외형과는 달리 핸들링은 묵직해 스포츠카 이상의 안정감도 구현됐다. 운전자 앞쪽 유리창에 주행정보를 투사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속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가속페달을 밟자 카마로의 진가가 나왔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초이지만 앞쪽이 약간 들리며 '웅'하는 엔진음에 가속감은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민첩성은 유럽과 일본 브랜드 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묵직한 것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더욱 선호할 만하다.

어느덧 계기판은 100마일, km로 계산하면 시속 160km까지는 쉽게 올라갔다. 다만, 시속 100km를 넘자 소음과 약간의 차체 진동이 감지됐다. 북미시장 가격은 가장 하위트림이 2만2680달러, 상위트림인 SS는 3만4295달러 선이다.

GM대우가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시보레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인 카마로를 통해 GM대우의 노회한 이미지를 벗고 젋고 신선한 시보레란 이미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