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시장에 경쟁자 없다'...에이비온,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 임박

by김지완 기자
2024.05.02 14:01:06

이 기사는 2024년05월02일 08시01분에 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혁신신약 개발전문업체인 에이비온(203400)이 대규모 기술수출을 목전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온은 최근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자문계약은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까지 포함하고 있다.

바바메킵 작용기전. (제공=에이비온)


기술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파이프라인은 바바메킵(ABN401)이다. 바바메킵은 현재 미국, 한국, 대만 등 23개 의료기관에서 40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상은 2022년 12월 개시했다.

바바메킵이 기술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c-MET 치료제 시장에서 여러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c-MET는 세포막 수용체로, 세포 성장·이동·분화·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에서 c-MET 변이가 일어나면 암세포 성장·전이가 빨라진다. 치료제 저항성(내성)도 유발한다.

c-MET 안전성 해법 찾아

우선, 에이비온은 c-MET 치료제 개발에 있어 안전성 우려를 말끔히 해결했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c-MET 치료제 개발 시도는 여러 건 있었지만, 안전성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며 “바바메킵은 기존 치료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단 것이 임상시험에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품목허가받은 c-MET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의 타브렉타와 머크의 텝메코가 있다. 타브렉타는 이상반응 비율은 3등급 이상 37.6%, 약물중단 10.7%, 중대한 이상 사례 13.2%로 각각 나타났다. 텝메코의 이상반응 비율은 3등급 이상 28%, 약물 중단 11%, 중대한 이상 사례 15%로 각각 확인됐다.

이에 반해, 바바메킵의 이상반응 비율은 3등급 이상 8.3%, 약물중단 0%, 중대한 이상 사례 4.2% 등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현저히 낮았다.

c-MET 항암제 안전성 비교. (제공=에이비온)


에이비온 관계자는 “바바메킵은 c-MET만 표적한다”면서 “다른 곳에선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고 비교했다.

c-MET이 성장·분열하기 위해선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아데노신삼인산(ATP)과 결합해야 한다. 바바메킵은 c-MET와 ATP 연결고리(수용체 효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공급원이 차단된 c-MET는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 잠든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성장 부스터를 잃어버린 암세포는 활력을 잃는다.



바바메킵은 c-MET 외 다른 유전자와 결합률은 0%로 나타났다. 경쟁 약물인 텝메코, 타브렉타 등은 표적(c-MET) 외 유전자와 결합해, 해당 유전자 발현을 90~98%가량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효능 배가 시키며 ‘베스트인클라스’ 평가

에이비온이 이 같은 방식으로 c-MET 억제제를 개발하면서, 기존 치료제 대비 효능이 배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기존 c-MET 억제제는 HGF를 표적했다”며 “HGF는 c-MET 자극제다. HGF를 자극하면 c-MET이 활성화한다. 반대로 HGF 신호를 꺼버리면 c-MET이 활성하지 않는 원리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c-MET은 HGF 자극 없이도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 치료제들은 HGF 신호에 켜지는 c-MET에서만 통제가 됐다. HGF 신호와 무관한 c-MET에 대해선 무방비 상태였다. 이전 치료제들이 치료 효과가 반감되는 이유다.

바바메킵의 임상 1상에서 1차 치료 객관적반응률(ORR)은 75%로 나타났다. 경쟁약 타브렉타 68%, 텝메코 43%를 압도한다.

c-MET 항암제 효능 비교. (제공=에이비온)


시장가치 6조 평가... ASCO, 기술수출 쇼케이스

c-MET은 폐암, 위암, 간암 등 대부분의 고형암에서 존재한다. 에이비온은 여러 암종 가운데 비소세포폐암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내성 원인이 c-MET 변이 때문이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70%가 c-MET 과발현이다. 이어 8% 환자가 c-MET 변이다.

글로벌 폐암 환자 숫자는 254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c-MET 변이 환자는 25만명 내외다. 25만명을 대상으로 한 c-MET 치료제 시장 규모는 50억달러(6조원)에 이른다. 에이비온 바바메킵 치료제 가치도 50억달러란 얘기다.

기술수출은 임박한 상황이다. 오는 6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임상학회(ASCO)가 기술수출 쇼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신영기 대표가 ASCO에서 직접 임상 2상 투약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바바메킵은 c-MET 돌연변이 암을 표적으로 한다”며 “대규모 기술수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와 대규모 투자 유치을 골자로 하는 최대주주 변경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