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킹달러…엔화 대비 34년 만에 최고치

by김상윤 기자
2024.04.11 05:24:37

3월 근원물가 전년대비 3.8%↑
6월 금리인하 물건너가…연내 두차례 이하
서머스 “금리인상 가능성 검토해야”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킹달러’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고착화우려로 금리인하 시기가 9월로 밀리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다. 달러·엔 환율은 152엔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달러 가치가 엔화 대비 3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최근 금리를 인상한 일본중앙은행이 최근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에 맞서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구두 경고를 쏟아냈지만, 달러강세에 엔화 하락세를 막는 것은 속수무책이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0.98% 오른 105.1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엔 환율은 0.77% 오른 152.94엔까지 치솟았다(엔화 약세). 이는 1990년 중반 이후 최고치다.

다른 통화가치도 모두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1363.65까지 올라갔다. 달러·유로화 환율도 1.02% 오른 0.93유로를 기록 중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올해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금리인하 폭 마저 두차례 이하로 줄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3.7%)를 웃돌았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지표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이 역시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석달 연속 0.4%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식품 등 포함한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시장예상치는 각각 3.4%, 0.3% 였다.

주거비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 올렸다. 주거비는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5.7% 상승했다. 연준은 주거비가 갱신된 임대계약으로 임대료 인하 데이터가 계속 반영됨에 따라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고있지만, 여전히 수치상으로는 끈적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서비스물가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대비 0.65% 상승했다. 지난 1월(0.85%), 2월(0.47)에 이어 여전히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물가는 현재 연방준비제도가 주시하는 항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품 서비스 외에 서비스 물가 둔화세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둔화하지 않는 한 연준이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금리 인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발표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지고, 두차례 이하 인하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6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거의 희박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장마감 시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7%까지 뚝 떨어졌다. 7월 인하 가능성도 41%에 불과하다. 9월인하 가능성은 67.8%다. 자칫 두차례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CPI가 나온 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금리 행보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그는 3월 CPI 지표는 금리 인상 위험을 높인다며, Fed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15~25%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사실로 볼 때 6월 금리 인하는 Fed가 2021년 여름 저지른 실수에 견줄 수 있는 위험하고 지독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