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이 마주친 빙산의 일각 [물에 관한 알쓸신잡]
by이명철 기자
2021.09.11 11:30:0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이제 눈을 떠요 / 날고 있어요, 잭”
저녁노을이 지는 대서양을 배경으로 한 잭과 로즈의 로맨틱한 백허그.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깔리는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러브 스토리와 블록버스터급 액션, 그리고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 장면까지… 앞으로도 이 영화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명화일 것 같습니다.
영화는 달콤한 로맨스 영화에서 재난 영화로 반전해 관객의 몰입을 급상승시킵니다. 영화의 반전 요소는 바로 타이타닉이 빙산과 부딪히는 순간입니다. 녹은 빙산이 떠다닌다는 걸 알면서도 타이타닉에 탄 사람들은 타이타닉의 안전성을 과대평가했고 떠다니는 빙산은 과소평가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라앉지 않는다던 불침선은 ‘일각’의 얼음에 부딪히고 난 뒤 3시간도 채 되기 전 대서양의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빙산은 전체 일부분만 물 위에 떠 있고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체의 일부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그렇다면 ‘빙산의 일각’에서 일각(一角)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얼음은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물 위에 뜹니다. 좀 더 과학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작아 물 위에 뜨는 것입니다.
바닷물의 밀도는 1.03g/㎤이고, 얼음의 밀도는 0.92g/㎤입니다. 같은 무게의 물과 얼음을 비교하면 얼음의 부피가 물보다 9% 정도 큰 셈이죠. 그래서 얼음의 91%는 물에 잠기고 나머지 9%만 물 밖에 나와 있게 됩니다. 우리가 쓰는 빙산의 일각에서 일각은 전체의 10분의 1이 조금 안 되는 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빙산이 녹으면 수면의 높이는 올라갈까요 내려갈까요, 아니면 그대로일까요?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해 해발고도가 낮은 작은 섬들이 수몰될 것이라는 뉴스를 많이 들었습니다. 빙산이 녹아서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해수면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빙산이 녹아서 바닷물 속에 녹아들어도 바닷물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습니다. 빙산은 물이 얼음이 되면서 늘어난 부피만큼 바다 위로 올라온 것이고 녹아서 물로 되면서 부피가 다시 줄어들기 때문에 얼음이 얼고 녹는 것에 따라 해수면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마치 컵에 있는 얼음이 다 녹아도 컵의 물높이가 그대로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에 있는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얼음은 바다에 떠있는 빙산이 아니라 땅 위를 덮고 있고 있는 빙하입니다. 극지방에 있는 얼음은 형태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조금씩 다릅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은 빙산, 육지를 덮고 있는 얼음은 빙하, 그린란드나 남극 대륙과 같이 넓은 면적을 덮고 있는 빙하는 빙상이라고 합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빙산은 녹아도 해수면이 상승하지 않지만 육지를 덮고 있는 빙하나 빙상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게 됩니다.
남극이나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얼음이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까요? 전문가들은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65m,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았을 때는 7m의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발생하는 문제는 해수면 상승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우선 극지방의 얼음이 사라지면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바닷물은 점점 따뜻해지고 물이 따뜻해지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추가적인 해수면 상승을 가져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물속으로 녹아드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고 지구 온난화는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올해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 녹는 속도가 예년에 비해 2배 정도 빨라졌다고 합니다. 잠잠해질 줄 모르는 코로나 소식으로 기후변화는 우리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진 듯합니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