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품 출시하면 고소” 美 SEC, 코인베이스에 경고

by김무연 기자
2021.09.09 08:12:31

코인베이스, USDC 대출 상품 ‘렌드’ 출시 연기
블록파이, 셀시우스 등 대출 상품 출시 플랫폼 긴장
겐슬러 “가상화폐 시장은 서부시대” 규제 예고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출 상품을 준비 중인 코인베이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가상화폐 사용에는 규칙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AFP)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SEC가 코인베이스가 ‘렌드’ 상품을 출시할 경우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는 렌드 출시를 다음달로 연기할 계획이다.

렌드는 코인베이스를 통해 USD코인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사람에게 연 4%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출 상품이다. USD코인은 암호화폐 기업 서클과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의 파트너십인 센트레컨소시엄이 개발한 스테이블코인 코인 1개가 1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상품 출시를 막는 SEC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에 “렌드는 단순한 ‘대여’일 뿐 투자 계약이나 어음이 아니다”라면서 SEC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SEC의 행보는 블록파이, 제미니 트러스트, 셀시우스 네트워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이미 개인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타인에게 대출해 주고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신은 이번 사건이 지금까지 규제의 회색 지대로 남아 있던 가상화폐 시장에서 기업과 규제 기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SEC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가능한 제재를 발표하기 전에 투자 판매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라면서 SEC가 예상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겐슬러 위원장이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SEC가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며 환호했다. 2019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관련 강의를 진행했던 만큼 해당 분야에 이해도가 높아 가상화폐 시장을 인정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다.

다만,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시장에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할 것을 천명한 상태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가상화폐 시장을 ‘서부시대’에 비유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분야에 (규제와 관련한) 공백이 있다”며 “투자자들을 보호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가상화폐, 특히 실물 통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 뿐 아니라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등은 가상화폐 플랫폼이 예금이나 보험처럼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약속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