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안 나가요”…슬슬 쌓이는 전세 매물
by황현규 기자
2021.03.01 10:06:43
잠실 엘스, 2억 내린 전세매물 등장
두달새 25% 증가…서울·경기 비슷
“다만 입주 아파트 적어 하방압력 낮아”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의 집주인은 전셋값을 2억원 내렸다. 2월 초 전용 59㎡ 전세 매물을 12억원에 내놨지만, 다시 10억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비록 직전 신고가 9억 5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최근 호가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내린 셈이다. 인근 K공인중개사사무소는 “학군 수요가 많은 아파트인데 이미 지난해 말 학군 수요가 다 휩쓸었다”며 “집을 보러오는 세입자들도 확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일부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다시 증가하고 호가가 내려가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과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1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전용 84㎡)의 전세 매물 호가는 최근 신고가 대비 5000만원 떨어졌다. 9억 5000만원 수준인데, 불과 1월까지만해도 10억원에 거래됐던 매물이다. 인근 C공인은 “해당 매물은 9억 2000만원까지 조정이 가능할 것 같다”며 “과거에는 나오자마자 나갔던 전세 매물이었는데, 요즘엔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전세 매물은 이달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아파트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2058건으로 1월 1일(1만 7273건)과 비교해 25% 이상 증가했다. 경기도의 사정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 1577건에서 2만 3894건으로 늘었다.
상승세도 더뎌졌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4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7%로 전주 0.08%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1월 4주 이후 한 달 동안 상승폭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1월 4주 0.13% 대비 0.08%포인트 낮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셋값 상승률 둔화를 두고 계절적 요인과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작용했다고 봤다. 또 일부 세입자들이 지난해부터 전세시장을 이탈해 매매로 전환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연구원은 “통상 1~2월은 전세 시장에서 비성수기로 꼽힌다”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너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도 쉽게 이사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지난해 전셋값이 너무 크게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이 매매로 선회한 경우도 많다”며 “결국 전세 시장 수요자가 감소하면서 가격 조정도 일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전세값이 크게 떨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임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내후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점에서 볼 때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