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1.02.24 06:00:00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부터 본격 시작된다. 국내 위탁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약 75만 명분(150만회분)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 등에 대해 접종되는데 이어 27일에는 화이자 백신 접종도 시작된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26일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5만 8000명분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5만 4910명에게 우선 접종된다. 국내 첫 코로나 환자 발생 후 1년 1개월만에 이뤄지는 접종이니 차질없는 진행을 위한 철저한 관리와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국회와 의료계간 갈등은 볼썽사납다. 발단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데 대해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한 것이지만 양측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협회가 그제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고 한 발 물러서 사태 악화는 없겠지만 국회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두고 의료계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국회가 미묘한 시기에 법 개정을 밀어 붙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협박” 운운 하며 의료계를 압박한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보기 힘들다.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인 상태에서 그동안 의료 현장을 사수하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 온 의료계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을 위험마저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전세계 60~70% 국가에서 광범위한 접종이 마무리되는 2022년 중반에야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 때에 국회와 의료계, 정부까지 한데 얽힌 갈등은 국민 불안만 키울 뿐이다. “순서가 오면 백신을 바로 맞겠다”는 응답이 45.8%에 불과한(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지금, 당사자들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문제를 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