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육성 한다더니…'비리' 프레임에 갖힌 방위사업법

by김관용 기자
2021.02.17 06:00:00

국회 국방위, 18일 방위사업법 개정안 심의
방위사업 비리 유형화 해 산업 부정적 이미지
직원 일탈도 업체 전체 책임, 과도한 피해 우려
무기체계 국산화 원칙 역행하는 법안도 문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던 국회와 정부가 도리어 산업을 옥죄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위원회는 18일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7건에 달하는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한다. 이중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다.

우선 민 의원 발의 법안은 방위사업의 ‘비리’ 부분을 강조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개정안 제5조2에서는 방위사업비리행위를 총 9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기존 법률이나 타 법에서도 유사 법조항이 존재하고 모호하거나 광범위한 개념도 비리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방위사업비리행위를 정의·유형화 해 ‘방산비리’를 강조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또 개정안 1~2호는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후 ‘김영란법 위반=방산비리’로 오해될 소지도 다분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민 의원과 협조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뇌물과 서류 위·변조 등의 행위를 비리 행위로 명확히 정의해 예방·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시행 착오와 무기체계 결함까지도 방위사업 비리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에 국산 및 외산 항공기들이 전시돼 있다. (출처=ADEX 홈페이지)
또 개정안 제48조와 제59조의 경우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의 개인 일탈 행위까지 해당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과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방산업체 지정 취소 등의 제재는 성실히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과 협력업체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물론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라는 면책 조항이 있지만, 입증 책임이 업체에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직원의 개인 활동을 업체가 관리·감독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 제46조3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의 원가자료 제출 부분도 논란이다. 이 조항은 협력 업체를 포함한 계약상대자가 원가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원가 부정시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체계 종합 업체가 협력 업체의 원가자료를 활용해 체계 종합 업체의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행정관청이 업체의 부정행위를 입증하고 협력 업체의 원가 부정에 대해 체계 업체가 관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책임을 면제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 의원이 따로 대표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현행 무기체계 국산화 우선 정책을 거스르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방위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선진강군이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국내 개발을 우선시 하는 경우 실제로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미달 또는 획득시기를 실기해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각 군이 요구하는 작전 운용성능과 전력화 시기가 부합하지 않을 경우 국산화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법에 명시하는 건 도전적 개발 의지를 꺽는 것으로 국내 방위산업 진흥과는 거리가 먼 법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