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서 경쟁하라…전기차·무인차·AI 등 직접투자 늘려야"

by김정남 기자
2020.12.21 06:00:00

최준규 언스트앤드영(EY) US 한국부 대표 인터뷰
바이든 산업정책 변화 따른 한국 기업 대처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 강조한 바이든
"美 직접투자, 놓칠 수 없는 시장…더 늘려야"

세계적인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EY) US 한국부 대표를 맡고 있는 최준규 파트너는 “미국 직접 투자는 한국 기업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했다. (사진=최준규 대표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한국 기업의 미국 직접 투자는 더 증가할 겁니다. 특히 전기차, 무인차,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은 미국으로 들어와 경쟁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업체 언스트앤드영 미국법인(EY US)에서 한국부 대표를 맡고 있는 최준규 파트너는 1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한국 공인회계사인 최 대표는 KPMG, 딜로이트, 차병원그룹을 거친 후 2017년 5월 EY에 합류한 회계감사·인수합병(M&A) 전문가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감사·자문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최 대표가 요즘 고객사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이든 당선인의 산업정책에 관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 슬로건을 내걸 만큼 작지 않은 변화가 예고돼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또다른 도전이다.

최 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이 중점을 둔 산업정책은 미국 내 제조업 회귀와 미국산(産) 제품 우선 구매”라며 “전기차, 반도체, 통신 같은 몇몇 제조업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는데, 이는 최첨단 산업에 비중을 둬 미국 제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당선인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고 있어서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보조금 등으로 차별을 둘 게 분명하다보니 아예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005930)부터 그렇다. 미국 지역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 부지를 매입해 왔다. 공장 증설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업체인 대만 TSMC는 이미 미국 공장 신축을 발표한 상태다.

최 대표는 차세대 첨단기술을 더 강조했다. 그는 “무인차, 전기차, AI 등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어 경쟁하려면 미국에서 해야 한다”며 “미국 직접 투자는 한국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해외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들어온 전기차(미국 내에서 제조되지 않은 전기차)에는 보조금 혜택에 차별을 둘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제조업 보호에 이어 또 내세우는 게 중국 견제다. 최 대표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걸 그냥 보고 있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며 “특별기구를 만드는 식으로 해외자본이 미국 기업을 살 때 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올해부터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delisting)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파다하다.

그는 고객사의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 등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중소기업인데 중국에 자회사가 있다”며 “그런데 버라이즌 측이 ‘앞으로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야 하는 정책 때문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 자회사를 문제 삼아 조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까지 신경 쓰는 걸 보고 놀랐다”며 “한국 기업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중국을 아예 버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는 사드(THAAD) 사태 당시 한국 경제의 충격을 언급하며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이 미국 손만 들어주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두 나라 중 누구의 편도 공개적으로 들지 못하는 처지”라며 “각 산업별, 기업별로 영향이 어떨지 디테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아울러 미국 내 주요 화두인 빅테크의 반독점 규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해 반독점법을 적용해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은 미국 연방정부와 46개 주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큰 기술회사들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자칫 중국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얼마나 규제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