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물찾기 하듯...골목 깊숙이 확장하는 ‘서울로 7017’
by박민 기자
2020.06.30 06:20:00
| 회현길 거점시설인 ‘계단집’(사진=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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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황현규 기자] 서울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보행교 서울로 7017을 ‘식물의 줄기’라고 비유하자면 인근 중구 서계·중림·회현동까지 깊숙이 이어진 골목길은 ‘가지’와 비슷하다. 끊기지 않고 쭉 뻗은 가지마다 보도 블럭은 깨끗이 정비돼 있었고, 세련되게 정비된 앵커시설도 눈에 띄었다. 생경한 골목길을 누비다 우연히 마주친 ‘보물찾기’와 같은 곳이다. 아파트촌으로 가득 찬 서울에서 저층의 주택 골목가가 주는 옛 정취의 레트로(복고) 감성은 덤이었다.
서울로 7017의 동측지점 끝(남대문시장입구 교차로)에서 다시 회현동까지 보행길을 잇는 ‘2단계 연결길’을 반나절간 둘러본 인상이다.
지난 29일 남대문시장입구 교차로에서 다소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노란색 입간판의 카페 ‘계단집()’이 보인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노후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다. 이곳은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커플들의 ‘힙(hip)’한 장소기도 하다. 이날 카페를 처음 방문한 직장인 한 무리는 “서울역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 겸 커피숍을 찾다가 오게 됐다”며 “인테리어와 조명, 이색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지도 검색을 했다”고 말했다.
계단집은 회현동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있는 2층짜리 카페다. 반세기도 넘은 지난 1935년에 지어진 일식가옥을 리모델링했지만, 다다미 방 등의 옛 모습도 그대로 살렸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 노후 주택을 매입·개조했고, 현재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이 카페로 위탁·운영하고 있다.
골목 언덕길을 따라 올라와야지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외지인’들로 카페는 붐비고 있다. 이 덕분에 젊은 사람 찾아보기 힘들었던 동네는 2030커플들의 데이트 명소가 됐다.
계단집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주민 이윤정씨는 “이렇게 동네 깊숙히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게 너무 놀랍다”며 “평일엔 60~70명 정도 오고, 주말에는 평일보다 1.5배 더 많은 사람이 온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권효정씨도 “잘 만들어진 카페 한 곳이 늘 단조로웠던 동네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이씨와 권씨는 모두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1년 간 받은 뒤 계단집에 취업했다.
계단집은 지난해 말 오픈 이후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카페 수익은 운영비로 일부 충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도시재생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종필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 단체”라며 “서울역 일대 노후 주거 개량 사업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회현동에는 계단집 말고도 상징적인 공간이 더 있다. ‘검벽돌집’, ‘회현사랑채’ 등 2곳이 대표적이다. 고즈넉한 검은색 벽돌이 눈에 띄는 검벽돌집은 ‘음식’을 테마로 주민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다. 회현사랑채는 공동육아시설·강의실·회의실 등으로 꾸며 농촌으로 비유하면 ‘마을회관’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해 입지가 불리함에도 앵커시설로 택한 것은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도시재생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 서울로7017 2단계 연결길 조성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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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회현동(회현1·2길)을 비롯해 서울역 일대 서계동(서계1·2길), 중림동(중림1·2길), 후암동(후암1·2길) 등 총 7개 골목길을 대상으로 서울로7017과 잇는 ‘2단계 연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오는 2022년 완료 목표다.
서울시는 서울로7017 사업을 통해 서울역 고가 도로를 사람이 다닐 수 있는길로 바꿨다. 이번에 추진 중인 ‘2단계 연결사업’은 7개 골목길을 통해 ‘서울로7017’과 인접한 동네를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녹지’와 ‘연결’의 컨셉으로 추진되며, 유동 인구를 늘리고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2단계 연결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각 길을 전담하는 7명의 골목건축가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올해 2월부터 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해 주민·골목건축가·공공조경가·공공 등이 함께 사업에 참여토록 했다.
특히 계단집이 위치한 회현길은 홍영애 골목건축가가 기본계획을 수립한 곳으로, 계단집·검벽돌집·회현사랑채 등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회현 마중길’ 조성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완료될 마중길 조성으로 앞으로 회현동 앵커 시설의 접근성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시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회현동 주민 박경순씨는 “거점시설이 있는 곳까지만 도로나 주택 개·보수가 이뤄졌지 그 외 지역은 여전히 낙후됐다”며 “좀 더 골목 깊숙히 재생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가 여러 방안을 강구했음 한다”고 말했다. 계단집을 방문한 30대 후반 서모씨는 “단순히 앵커시설 하나만 보고 오기엔 길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시가 주변 7개 골목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나 안내소 등을 입구 초입에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7개 연결길을 중심으로 골목스튜디오를 통해 주민과 함께 다양한 추가사업을 발굴하고 있고, 7개 길의 인지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통합 브랜딩, 안내시설 기획 및 제작·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로7017 활력이 연결길을 통해 주변지역까지 깊숙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