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안락사' 박소연 前 대표, 재판장서 판사에 면박당한 이유

by김민정 기자
2020.06.26 08:02:38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구조된 동물 100여 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가 자신을 고발한 동물보호 활동가의 범죄 전력을 법정에서 언급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지난 25일 박 전 대표와 전 동물관리국장 임모씨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박 전 대표와 임씨를 고발한 동물보호 활동가 박모씨와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가 나왔다.

첫 증인으로 나선 박씨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동물보호소를 위탁하며 한 마리 동물을 두 마리로 만들어 보조금을 이중편취한 사기 혐의와, 동물들을 안락사 한 혐의, 건국대에 죽인 동물들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변호인 없이 직접 변론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박 씨를 신문하면서 전과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등 박 씨의 범죄 전력을 거론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신문은 공소사실과 전혀 무관한 질문들로 증인과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이에 장 판사가 “그런 거 물어보시면 안 된다”, “앞으로 신문할 때 공소사실과 관련된 것만 물어봐라. 인신공격은 안 된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후 두 번째로 증인에 나선 유씨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씨의 내부 제보를 받고 언론사들을 통한 검증을 거쳐 박 전 대표를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박 전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 지침에 전염성 질환에 걸리거나 건강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센터 수용 능력 부족 등의 사유로 동물들을 안락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걸 알고 있냐”고 물었다. 이는 그가 케어에서 안락사를 한 것이 정부 지침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진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구조동물을 안락사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에 유씨는 “케어는 안락사 기준이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케어가 그런 절차가 없는 단체이기 때문에 고발한 것”이라며 “시 보호소는 구조 활동이 의무화돼 있다. 그런데 사설보호소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그런데 케어는 그런 선택권을 갖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구조한 뒤 건강한 개들을 안락사시켰다. 동물보호단체장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전 대표가 만삭 임신견도 안락사 시켰다. 부천에서 구조한 개들도 대부분 건강한 개체였는데 절반을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자신이 강압적으로 직원들에게 안락사를 지시한 것이 아닌, 임씨가 적극적으로 안락사를 건의했고 그에 따라 안락사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질문을 했다.

계속해서 박 전 대표는 “증인 단체도 안락사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검사는 이 질문을 막아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가 계속해서 유씨 단체의 안락사에 대해 묻자, 장 판사는 “이게 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거냐”라고 말하며 그를 향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장 판사가 “지금 증인이 더 안락사를 많이 했다고 묻는 거냐”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아니다. 안락사의 법적 근거에 대해 증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거다”라고 답했다.

이에 장 판사는 “증인이 법률적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지금 필요하냐”면서 “더이상 모르겠다. 검사님이 질문에 대해 답변할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동물보호단체들이 짜고 케어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케어가 받는 후원금을 노리고 벌인 고발전이라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표가 2015∼2018년 동물보호소에 공간을 확보하고 동물 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물 98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보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말복을 하루 앞둔 2018년 8월 15일 새벽 다른 사람 소유 사육장 2곳에 무단으로 들어가 개 5마리(시가 130만 원 상당)를 몰래 가져나온 혐의(건조물 침입·절도)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