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노조 운영비 지원금지 '헌법불합치'…2019년까지 개정해야

by노희준 기자
2018.06.03 11:13:58

재판관 7대 2…2019년 12월 31일까지 적용
"노동조합 자주성 저해할 위험 없는 경우까지 제한"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회사에서 조합사무실과 사무실 유지비, 차량 제공 등을 받아오다 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법’의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노동조합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중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 행위’ 부분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 후생자금이나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 기부와 최소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 제공은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헌재는 다만 단순 위헌결정시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 자체가 사라지는 법적 공백상태를 우려해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현 운영비원조금지조항은 단서에서 정한 두 가지 예외를 제외한 일체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해 노동조합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 금지하고 있다”며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노동조합법 역시)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운영비 원조 행위를 허용하는 취지”라고 판시했다.

앞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2010년 6월 7개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로부터 사무실 운영비와 차량 등을 지원받아왔다. 하지만 2010년 11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금속노조는 시정명령을 취소하는 소송과 함께 근거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하지만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헌재법 68조 2항에 따른 이른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편, 이 사건의 부당노동행위 취소소송에서 1심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단체협약의) 시설·편의제공 조항 중 노동조합 사무실과 집기·비품의 제공을 넘어서 사무실 유지관리비, 차량과 그 관리비 및 유류비 등을 지원한다는 부분은 부당노동행위”라며 노조의 취소소송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