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초강세 어디까지…"환율 1080원대 배제 못해"
by김정현 기자
2017.11.19 10:06:06
1100원 뚫린 환율, 일단 1090원대 박스권 전망
"2년4개월 만에 1080원대도 배제 못해" 관측도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원화 초강세가 이번주에도 계속될까. 외환당국과 금융시장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환율은 1090원대를 박스권으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2년4개월 만에 1090원대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4거래일간 23.1원 급락(원화가치 급등)했다. 이 기간 1120.6원에서 1097.5원으로 레벨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해 9월29일(1098.8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은 아직 원화 가치가 더 강해질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워낙 좋아진 상황인 데다 한반도 리스크까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원화 강세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지난해 장중 저점인 1089원선까지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7일 당시 장중 1089.7원까지 하락했던 적이 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중 원·달러 환율이 1008.5원(2014년7월3일)까지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해 아직 환율 하락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화 가치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과거보다 느슨해졌다는 점도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당국은 지난 16~17일 당시 환율이 폭락하는 데도 이렇다 할 실개입을 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1093.0원까지 내려가서야 그때부터 당국의 실개입 물량이 감지됐다는 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화두가 됐던 건 이명박정부 때였다”며 “당시 수출을 강조하다보니 원화 강세에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내수를 유독 강조하다보니 굳이 고(高)환율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정부는 (사실상 거래가 멈춰버리는) 쏠림현상 정도만 경계할 뿐 원화 강세가 좋다거나 혹은 나쁘거나 하는 개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1090원대가 박스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90원 아래로 레벨을 낮추는 건 당국이든 시장이든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에서 마감한 건 2015년 5월19일(1088.1원) 이후 2년4개월간 한 차례도 없었다. 외환당국이 1090원 초반대에서 ‘1차 저지선’을 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090원 초반대 환율에서) 바닥이 확인된 만큼 109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처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출기업 상당수는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