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靑-기업인 간담회 ...4대 관전포인트

by김성곤 기자
2017.07.27 07:48:39

27·28일 이틀간 진행…야외 호프타임+실내 대화
①문 대통령과 데뷔전 치르는 재벌3세들?
②격식파괴…호프 미팅 효과볼까
③文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④재계 할말 할까?

그래픽=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성곤·경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재계 리더들이 과연 어떨 대화를 나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간담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이번 청와대 회동에는 14대 그룹과 중견기업 오뚜기가 참석한다.

첫째날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한다. 또 둘째날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참석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틀 모두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는 참석자의 ‘급’ 파괴됐다. 과거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보통 총수가 참석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문경영인과 3세가 많이 참석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대표적. 현대차그룹은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대한상의에 통보했는데 오후들어 참석자를 정의선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간담회 일정을 발표한 뒤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중 누가 참석할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대통령과의 첫 공식 만남이고 다른 그룹도 대부분 총수가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해 정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추진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23일 인도 시장점검을 위해 출장을 떠나 일정 조율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호프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때 고령인 정 회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도 정 회장이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정의선 부회장이 동행했다. 지난해말 정 회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당시는 건강에 대한 우려로 구급차가 국회 의사당 근처에 대기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공식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대신해 이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간담회에 참석한다. 한진그룹은 건강상 문제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사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올초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조 사장은 최근 대한상의 산하 관광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형식상 이번 간담회의 최대 변화는 호프미팅이다.



청와대는 간담회 형식을 놓고 만찬회동, 차담회를 검토했다. 그러나 호프타임 형식으로 최종 결정했다. 호프타임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20분 정도 호프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은 물론 경제관련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친밀감을 갖고 솔직하게 대화하기 차원이다. .문 대통령과 재계총수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이색적인 풍경은 여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실내로 이동해 50∼60분 가량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실제 대화 시간은 이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발표자료, 시나리오, 시간제한을 없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방미기간 중 수행경제인 차담회에서 “과거 대통령과 경제인의 대화가 형식적으로 흘렀다”며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호프타임이라는 간담회 형식보다 더 눈길이 쏠리는 것은 결국 대화 내용이다. 큰 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재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말하고 받아적는 자리가 아니다. 그냥 허심탄회하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유통기업의 경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경제보복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걸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경제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허창수 GS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이사,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민감한 현안을 주제로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최대 관심사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간담회에 14대 그룹 이외에 일자리 창출 모범사례라며 중견기업인 ‘오뚜기’를 초청한 것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특히 오뚜기와 같은 날 간담회에 참석할 경우 대외적으로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우수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청와대가 시간에 쫓기는 오찬 대신 저녁시간대 모임으로 하고, 이틀에 나눠 여는 등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도록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기대만큼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각종 특혜·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린 터라, 허심탄회하게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털어놓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 간담회의 주제가 원칙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으로 정해진 만큼, 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그간 해왔던 노력을 소개하고 채용을 확대해 정부 정책 기조에 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기 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 유연성 제고, 미국·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 등 산업계 공통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수준에서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총수들이 만나 내실있는 대화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총수들이 속내를 털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재계 역시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동의를 나타내면서도 경제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