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확충]<上>미래에셋·삼성증권 자사주매각 카드 주목
by박수익 기자
2016.08.31 06:40:00
'초대형IB 발표 한달' 증권사별 자본확충 시나리오 점검
미래에셋 합병후 자기자본 6.7조…8조원에 가장 근접
자사주 매각시 자본확충 가능하나 처분손실·매입주체 관건
삼성證 자사주 매각땐 자본확충+생명 금융지주 요건 충족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당근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흐른 가운데 아직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면 IB업무 확대 목적의 자본확충 카드를 꺼내든 곳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자기자본 단계별로 다양한 업무를 허가하면서 증권사들도 현실에 맞춰 다양한 자본확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은 보유 자사주 매각 카드를 활용한 자본확충 여부가 관심이다. 자사주 매각은 자본확충 측면에서 유상증자와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지난달 금융당국에 미래에셋증권(037620)과의 합병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며 제시한 통합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7000억원(2015년 말 기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에게 주어지는 발행어음 업무를 확보한 가운데 종합투자계좌 업무까지 가능한 요건(8조원)에도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은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을 목표로 설정해놓은 만큼 자본확충은 시간문제일 뿐 계속해서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 예상 이익 약 3000억 원으로 일차적인 자본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006800)와 미래에셋증권(037620)의 올 상반기 순이익 합산금액(1600억 원)을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에서 최소 배당금을 뺀 금액이다. 업계에선 특히 미래에셋 합병법인의 자사주(22%)에 주목한다. 자사주는 산 금액만큼 자본차감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팔 경우 차감항목이 없어지고 자본이 복구된다. 회계처리상 자사주 취득은 이미 발행·유통 중인 주식을 걷어 들이는 행위여서 애초 해당주식이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차감’하고, 자사주매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주식을 다시 발행·유통시키는 원리여서 ‘복구’시키는 것이다.
미래에셋 합병법인이 보유할 자사주는 과거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대우증권 지분이 대부분이다. 합병법인이 이를 다시 매각하면 판 금액만큼 자본확충 효과를 얻는다. 다만 경영권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3000억 원을 지불한 대우증권 주식(합병 후 자사주로 전환)이 지금은 1조원을 조금 웃도는 가치라는 점이 관건이다. 자사주를 현재 가격 수준으로 매각해도 자본확충은 가능하지만 자사주 처분 손실이 대거 발생하고, 손실은 ‘기타자본’으로 분류돼 자본에 마이너스 역할을 한다.
합병법인 자사주를 매입할 주체도 관건이다.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은 합병 후 19%의 지분율을 보유하는데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하면 경영권 안정화에 부담이다. 그렇다고 캐피탈이 매입할 여력은 없다. 캐피탈은 올 초 바뀐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계열사주식한도를 150% 미만으로 유지해야한다. 캐피탈은 현재 이 비율 200%를 초과한 상태여서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자본확충을 받을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캐피탈이 증권 주식을 추가매입하면 또다시 여전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증권 자사주를 일부 매입하고 추후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을 꾀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020년 자기자본 10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목표를 가지고 있어 양사 합병 후에도 자기자본 확충 방침은 계속 가져갈 것”이라면서 “다만 세부적인 확충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016360)도 자사주 매각카드가 주목된다. 한때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였던 삼성증권은 지난 2011년 정부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자기자본 3조원) 도입때 4000억원 증자를 실시했지만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자본확충에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미래에셋합병법인과 NH투자증권은 물론 현대·KB투자증권 합병법인에도 밀리는 업계 4위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자기자본(3조4000억원)은 발행어음 업무 허용의 ‘문턱’인 4조원에 불과 6000억 원을 남겨두고 있어 언제든 자본확충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발행어음 업무는 기존 대부분 증권사들이 하던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업무와 달리 조달자금을 다양한 기업금융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에게 실질적 인센티브로 평가받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본확충과 관련해서 아직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증권도 11%(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래에셋 합병법인처럼 삼성증권 역시 자사주 매각카드를 활용해 유상증자와 사실상 동일한 효과의 자본확충을 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로부터 증권 지분 8%(2300억원)를 매입하며 최대주주(19.2%) 지위를 굳힌 것에 주목한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설에 끊임없이 휩싸이고 있는 삼성생명이 증권의 자사주를 사들이면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해야할 상장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고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각으로 3000억 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삼성증권 역시 자사주 장부가격(3800억원)보다 시가가 낮아 현 가격으로 매각때 자사주 처분 손실이 일부 발생한다는 점이 변수다. 아울러 이러한 의사결정은 그룹차원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을 것이란 점이 더욱 관건이다.
홍준표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자본확충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문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자기자본 4조원 충족을 위한) 추가 필요자본액이 6000억원 수준이고 연간 순이익규모, 보유 자사주 가치, 영구채 발행 등 자본조달 가능성, 삼성계열의 매우 우수한 재무여력을 감안할 때 자기자본 4조원 충족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